자신에게 죽음이 닥쳐왔다면
자신에게 죽음이 닥쳐왔다면
  • 경남일보
  • 승인 2012.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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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사람들은 자기가 죽을 것을 미리 알고 있는 경우보다 죽을 것을 전혀 모르고 지낼 때 그토록 강렬한 의욕과 애정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고 싶어 한다는 뜻도 될 것이다. 그러나 자신에게 죽음이 닥쳐왔다면, 아니 말기 암으로 시한부(時限附)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면 과연 살아있는 날까지 하루하루를 소중히 살아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물론 아무리 기막힌 인생이라 해도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간다면 충실한 하루가 모여서 아름다운 마무리가 되는 사실을 누가 모르랴만, 곧 죽는다는데 어찌 그날까지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새로운 세상을 위해서라면 바람처럼 구름처럼 자유로운 자신을 찾아 아름다운 마무리를 해야 한다. 누구나 한 권의 소설이 될 만한 스토리를 엮어가며 저마다의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일지언정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왜 없겠느냐만. 그러나 한 계절만 살 수 있는 초목도 있고, 봄부터 가을까지만 창조된 목숨도 많다는 것이다. 매미는 여름날 육일이나 칠일을 살기 위해 칠 년 동안 어둡고 축축한 땅속에서 지내지 않는가. 그에 비한다면 우리는 자신의 괴로움도 허공에다 풀어낼 수 있는 기막힌 심리치료법을 스스로 터득하며 수많은 날을 살아왔고 또한 살아가는 인생이 아니던가.

죽음이 내일 아니면 모레일수도 있는 정해진 삶이라면 소중한 하루하루임을 잊어서는 안 될 듯, 즐겁진 않더라도 아름답게는 살아야 할 것 아닌가. 소홀히 여긴 오늘과 내일, 며칠만 더 살게 해 달라고 기도하고 싶은 심정이야 왜 없겠느냐만 내일 하루, 아니 조금만 더 살 수 있다면 일평생을 마무리하는 엄숙하고도 숙연한 시간이 될 수 있을 듯, 그렇게 생각하면 오늘 이 하루는 얼마나 소중한가. 내일 아니면 그 다음날 죽을지 모르는 오늘 이 하루가 얼마나 값진 하루인가 말이다.

죽음이 눈앞인데 좀 더 겸손해지지 못할 이유가 뭐란 말인가? 무엇을 하든지 다 양보할 수도 있을 것만 같고, 더 아름다워져야 하는 마음이라면 누구에게나 사랑을 베풀 수 있어야 하고, 누구에게도 피해가 되지 않으려고 애써야 할 것 아닌가. 그 언제 죽음이 닥치더라도 준비된 상태가 되도록 이 하루 오늘을 내 생애의 마지막 날인 듯 성심을 다하며 살아가야 한다. 어떻게 살아야 소중히 사는 건지 생각나지 않지만 어쨌든 주위의 사람들에게 고통과 괴로움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 그렇게 살다 가는 것이 마지막 삶에 대한 아름다운 이력서가 아닐까.

살아온 세월에 대해 반성도 하면서 나를 좋아하고 미워하는 사람들, 나를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기도라도 하면서 숙연한 마음으로 마지막이라는 의미를 새겨보는 것이다. 욕심, 집착, 미련을 내려놓으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아름다움으로 승화되지 않을까? 종교에서 말하는 윤회설도 있는 것이며, 죽는다는 것은 끝이 아니고 새로운 삶의 시작이라는 것을. 지금 살고 있는 생활보다 훨씬 아름답고 고귀한 삶을 다시 이어 사는 것 아니던가. 가능하면 고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희망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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