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이 좋다'
'고향이 좋다'
  • 경남일보
  • 승인 2012.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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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석 (전 언론인)
나이 일흔, 40여년간 서울에서 살다 이젠 쓸모 없는 늙은이가 됐으니 고향으로 가 종중(宗中)일이나 도우며 여생을 보내자는 생각으로 지난해말 낙향했다. 뒷방 늙은이로 '모든 것이 다 지나갔다' 는 생각으로 돌아온 고향이다.

고향에 온 뒤 친지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말이 "공기 맑은 데서 살아 좋겠다"는 말인 것 같다. 실제 이따금 고향의 공기를 힘껏 들여 마시며 상쾌한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지금 "시골로 돌아오니 가장 좋은 게 뭐냐"고 묻는다면 "완전히 쓸모 없게 늙은 것이 아니라는 자신감이 생긴 것"이라고 대답할 것 같다. 그리고 사라져 버린 것 같았던 활기를 되찾은 것 같아 스스로도 놀랄 때가 있다.

갑자기 아직 활동할 힘이 남았다는 자신감을 어디서 얻게 됐을까, 너무 빨리 젊음을 포기했다고 이제 와 하게 된 이유는 뭣일까, 아무래도 주위 환경의 변화 때문이리라 생각된다.

여든이 넘은 노인이 뙤약볕 아래서 논일, 밭일 가리지 않고 하며 때로는 비닐하우스에서 일당 노동자로 일하는 것을 보게 됐다. 또 할아버지 중에서는 도회지로 나간 자식들로부터 도움을 받기보다는 자녀들에게 도움을 주는데서 보람을 느끼는 할아버지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런 경우들을 듣고 보면서 마음이 젊어진 덕분인지 요즘은 자주 꿈을 꾼다. 새로운 꿈이 생긴 것이다. 60세가 넘으면 방송국의 '나는 가수다' 청중평가단에서도 제외되는 서울에서는 꿀 수 없던 꿈을 꾸는 것이다. "근력을 키워 오는 가을에는 지리산 횡단을 하고 탁구실력을 길러 도민생활체육대회에서 입상해야지", "컴퓨터 공부를 열심히 하여 인터넷을 즐겨야지" 등등의 꿈을 꾸는것이다.

동네 돌아가는 것을 파악하고 농사도 배워 2, 3년 뒤에는 마을 이장자리를 노려야겠다는도 요즘의 꿈이다. 꿈을 꾸다 보니 더욱 젊어지는 것 같다. 이젠 젊은 사람들로부터 "어르신"이니 "할아버지"라는 말을 들으면서 노인이라고 대접받는 것이 싫어졌다. 비웃음을 살지 모르지만 젊은 사람들과 경쟁하고픈 마음이다.

진짜 젊었을 적에는 고향생각을 설·추석에만 하고 스스로 잘난 줄 알고 날뛰다 늙어서야 귀향을 한다고 고향사람들로부터 눈총을 받을 것 같다는 두려움도 이젠 사라졌다. 나에게 남아 있는 힘으로 나 자신과 고향에 봉사할 거리를 찾아야겠다는 자심감을 찾게해 준 고향이 고맙다.

꿈을 가꾸고 누구의 도움을 기대하기보다는 고향에 보탬이 될 수 있는 고향생활을 할 거라는 다짐을 스스로 하는 귀향소감이다. 스스로 하는 약속도 반드시 지킨다는 것도 고향에 돌아온 뒤 하게 된 다짐이다. 아무튼 고향이 좋다.

/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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