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날의 펜
양날의 펜
  • 곽동민
  • 승인 2012.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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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동민 기자
지난 7월16일 오전 등굣길에 올랐던 한 어린 생명이 인면수심의 동네 아저씨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통영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언론을 통해 전국에 알려졌고, 그 파장은 보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고(故) 한아름 양 살해범 김모씨는 범행을 저지른 후 태연하게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까지 나서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이 인터뷰 화면은 김씨가 붙잡힌 후 세간의 관심을 끌며 뉴스로 재생산됐고, 이후 김씨의 일거수일투족은 매체를 통해 중계됐다.

지난 22일 검거된 김씨는 유치장에 수감돼 조사를 받는 와중에도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잤으며 이틀째는 누워서 책을 읽는 여유까지 보였다. 이처럼 언론은 10살 초등학생을 성적 대상으로 치부하고 목숨까지 빼앗은 김모씨라는 인물을 낱낱이 파헤쳐 나갔다.

이 과정에서 김씨가 전과 12범의 범법자이고 성폭행으로 복역한 적이 있는 성범죄자라는 사실 또한 밝혀졌다. 국민들은 분노했고 이로 인해 성범죄자의 신상정보 공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이 사건으로 사람들은 ‘동네 아저씨’에 대한 공포를 느꼈고, 내가 사는 동네에도 성범죄자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신상정보 공개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하기 시작했다. 범죄자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며, 이를 정확한 사실에 입각해 널리 알리는 것 또한 언론이 해야할 일일 것이다.

그러나 과연 알려야 할 의무와 알 권리가 피해자에게도 그대로 적용돼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기자 역시 지난 25일 취재를 위해 아름양의 장례식장을 찾았다. 장례식장에서 만난 아름 양의 아버지와 가족들은 고통스러운 기색이 역력했지만 성실히 취재진의 질문에 응해 주었다. 그러던 중 아름 양의 아버지로부터 당부의 한마디를 들을 수 있었다. “일부 언론에 우리 아이가 늘상 배가 고프고 밥에 굶주린 아이처럼 묘사됐다”며 “죽은 아이와 가족들에게 또다시 상처를 주는 그런 말은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아름 양이 목숨을 잃은 채 발견된 뒤 다수의 언론사에서는 아름 양이 ‘배가 고프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는 내용의 기사가 게재됐고, 현장 기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기사내용은 얼추 사실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사실을 확인하면서 기자는 과연 아름이와 그 가족의 아픔을 이렇게까지 헤집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쉽게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원치 않은 신상공개로 2차적인 아픔을 겪었다는 사실이다. 언론이 사건을 보도하고 널리 알리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피해자에게 또다시 상처를 입히는 보도는 자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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