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저수지를 찾아서 <1>금호지(琴湖池)
경남의 저수지를 찾아서 <1>금호지(琴湖池)
  • 이은수
  • 승인 2012.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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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이야기 품은 '생명의 웅덩이'

금호지 전경. 사진=황선필기자

저수지는 하늘과 땅을 의지하며 살아간 선조들의 발자취를 간직하고 있다. 어머니 품처럼 넉넉한 못은 하늘로부터 공급받은 물을 들판에 적시며 수확의 기쁨을 누리게 하는 ‘생명의 젓줄’ 역할을 해왔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땀과 노력이 베어있는 그 곳에는 옛사람과의 대화가 있고, 역경을 이겨낸 지역의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하지만 농경사회를 지나 산업사회를 관통하는 세월의 부침속에 저수지도 이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가뭄에 물을 공급하고, 우기때 홍수를 조절하는 기능뿐 아니라 주민에게 여가와 휴식을 제공하는 재충전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본보는 ‘한국농어촌공사 경남지역본부’와 공동기획으로 새롭게 변모하고 있는 경남의 저수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천년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저수지

더위가 맹위를 떨치던 7월말 진주시 금산면 용아리에 있는 금호지(琴湖池)를 찾았다. 한여름 가만히 있어도 땀이 절로 나는데 그늘진 평상에서 부채질 하는 촌로가 더없이 여유로워 보인다. 지역민들에게 금산못으로 더 친숙한 이곳에는 평일에는 2~300명, 주말에는 5~600명이 찾을 정도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사시사철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금호지는 유원지 기능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입구에 들어서자 맨 먼저 한국농어촌공사 입간판이 들어왔다. 한·두발짝 안으로 걷다 깜짝 놀랐다. 저주지를 가로 질러 600여m에 달하는 긴제방을 도대체 어떻게 만들었을까?. 더욱이 제방에 빽빽하게 들어선 고목들이 끝없이 펼쳐지며 시원한 그늘을 제공해 인간의 손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도무지 수긍이 가지 않았다. “리기다소나무, 편백나무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나무들이 하늘을 찌를 듯이 빼곡히 들어서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일반 저수지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풍경인데, 언제 나무를 심었는지 아시느냐 ”고 70대 노인에게 여줬더니, “어릴때부터 지금과 마찬가지로 큰 나무들이 서있었다”고 전했다.

인근에서 가장 큰 금호못은 둘레가 3km에 이른다. 굴곡이 많고 두개의 저수지를 합친 것처럼 W자형으로 되어 있어 한눈에 못의 전부를 볼 수가 없었다. 언제 만들어졌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신라시대에 자연적으로 형성됐다는 추정만하고 있다. 평균수심 5m로 60ha의 논에 물을 촉촉하게 대주는 큰 규모의 못이다. 일제 때 둑의 일부분을 돋우고 물넘이를 새로 만든 것 외에는 천년이 넘도록 옛날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고 하니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오랜 역사만큼 전설도 많아

옛날 청룡과 황룡이 하늘에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어떤 용사가 이것을 보고 싸움을 멈추라고 소리치자 청룡이 놀라서 아래를 보는 순간 황룡이 청룡의 목을 비수로 찔렀다. 비수에 찔린 청룡이 땅에 떨어져서 꼬리로 땅을 치자 꼬리에 쓸려 갑자기 큰 저수지가 생겨났는데 그것이 금호지라고 전해지며, 물이 청룡을 닮아 항상 맑고 푸르다고 한다. 또 사람이 죽어 저승에서 염라대왕을 만나면 금호지를 둘러 봤느냐는 질문을 받게 되는데, 이 때 안둘러봤다고 하면 게으른 놈이라고 벌을 받는다는 얘기도 전해 내려오고 있다. 여간해서 물이 마르지 않는 금호못을 가리켜 명주실꾸리 3개가 들어갔다는 옛 전설도 전해내려 온다.

◇진주의 명물

월아산에서 내려다 보면 큰 못이 하나 보이는데 바로 금호지다. 이곳에서 진주 7경 월아산 해돋이를 감상할 수 있다. 금호지는 천연적으로 생겨난 못이나 그 주변의 풍치가 수려할 뿐 아니라 일대에서 못이 가장 넓어 옛날부터 진주시민의 봄 놀이터로 이용되며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봄에는 수양벚꽃이 자태를 뽐내고, 여름에는 연꽃의 향연이 무심한 강태공의 시선을 붙든다. 푸른하늘이 드리워진 못에는 커다란 잉어가 자유롭게 뛰놀고 있다. 이퇴계 선생은 8도 명소를 두루 살피다가 금산을 휴양차 다녀가며 자연의 아름다움에 반해 과청곡사시(過淸谷寺時)를 남겼다. 근래에는 금호지 주변에 화초와 각종 관상용 수목, 체육시설 및 편의시설, 못주위를 일주할 있도록 관광도로를 만들면서 경남을 대표하는 유원지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금호지를 끼고 있는 금산면은 살기좋은 고장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으면서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에 당국에서는 월아산과 국보, 보물 등 문화재가 소장된 천년고찰 청곡사,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는 금호지를 한 권역으로 한 시민휴식공간 조성에 나서고 있다.

◇메기찜·붕어탕, 소문난 맛집 많아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저수지를 둘러보기 전에 배부터 든든히 채우기로 하고 식당을 찾았다. 금호지 주변에 음식점만 100여개에 달했다. 저수지만 둘러보면 후회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근처에 소문난 맛집이 많기로 유명하다. 특히 메기찜과 붕어탕 맛이 일품이다. 또한 월아산 등산을 마치고 시원한 금산막걸리 한사발에 파전 하나를 곁들이면 제격이다. 우리 일행은 매기참깨탕을 먹으러 갔는데 자리가 없어 줄을 서야 할 정도였다. 참기름 냄새가 솔솔 나더니 드디어 진미가 나왔다. 걸쭉하지 않고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집에서 먹는 것처럼 밑반찬도 넉넉해 푸짐한 인심도 맛봤다.

◇황금들녘 촉촉이 적셔온 ‘생명의 젖줄’

금호지는 유원지라고 하지만 너른 들판에 물을 공급하는 저수지 역할이 우선이다. 농민들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자산이다. 그래서 농어촌공사가 책임하에 물관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금호저수지 현황을 보면 만수면적은 25.1ha, 수혜면적은 60.7ha, 총저수량은 56만1010톤, 유효저수량은 53만43369톤, 사수량은 2만6650톤, 유역면적은 312ha, 제당 연장은 640m, 제당 높이는 5.5m에 이른다.

저수지 아래는 활발한 농업활동을 보여주는 비닐하우스가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금산은 옛부터 시설채소가 고도로 발달하여 파프리카 피망 청량고추 등을 많이 재배하고 있다. 최근에는 신선농산물 수출도시의 중심면으로 우뚝섰다고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귀띔했다.

금호지에는 수생식물인 마름이 저수지에 전체적으로 많이 번식하고 있어 농어촌공사에서 전쟁을 선포한 상태다. 저수지에 물을 뺄 경우 영농에 지장이 있는 것은 물론이며 어류 등 수생태계가 파괴될 것이다. 따라서 주민들의 무분별한 쓰레기 투기금지와 농지에 농약 및 비료 등을 적게 사용하여 깨끗한 물이 금호저수지로 유입되도록 관심을 가져다 줄 것을 당부했다. 한국농어촌공사 추성호 진주산청지사장은 “금호지는 일제때 둑의 일부분을 높인 것 외에는 천년이 넘도록 옛날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며 “저수지 기능을 하면서도 도시민들에게 사랑받는 휴식공간이 되도록 지원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차문호 금산면장. 사진=황선필 기자

 “살기좋은 금산면은 전국 최고의 고장”

차문호 금산면장

“경치가 아름다운 금호지는 금산면의 명물이자 진주의 자랑거리입니다.”

차문호 금산면장은 “금호지를 빼놓고 금산면을 얘기할 수 없다”며 못에 대한 예찬론을 폈다.

단순한 저수지가 아니라 사람들이 만나서 대화하고 여가를 즐기는 휴식공간이자 재충전의 장소로 애용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금산면지에 소개된 ‘금호지의 주인은 누구인가?’라는 제하의 1910년 2월 8일자 경남일보 기사를 보여줬다. 금산못을 두고 개인과 마을 사람들간 소유권 논쟁을 다룬 기사였는데, 봉이 김선달이 따로 없었다.

차 면장은 “2000년대 이후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금호지 주변 체육공원에 주차장, 족구장, 농구장, 안내도, 이정표, 화장실, 안락의자, 야외탁자 등 편익시설을 집중배치했다”며 “금호지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행사가 열린다. 봄에 벚꽃이 피면 주차장이 모자랄 정도다. 기관단체  체육행사는 물론 맨발거리 조성, 연꽃 재배 등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날도 금호지 행사장을 방문하며 눈코뜰새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차 면장은 끝으로 “금호지 주변의 울창한 숲, 맑은 물, 천년고찰 청곡사 등 아름다운 경관, 산림이 갖고 있는 공익적 기능을 살려 시민의 정서 함양과 보건 휴양기능에 기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금산면은 개발붐이 일어나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혁신도시 건설과 대규모 아파트 건립, 공군교육사령부 소재 등 호재로 신도시로 급부상하고 있는 지역이다. 2001년 인구 7000명에 불과하던 금산면은 대단위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2만5000명으로 늘어났다. 인근 공군교육사령부가 있어 이지역의 실제 상주인구는 3만명을 웃돈다. 글=이은수기자 eunsu@gnnews.co.kr 사진=황선필기자 feel@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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