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군은 KAI부품공장 건립 철회해야
산청군은 KAI부품공장 건립 철회해야
  • 경남일보
  • 승인 2012.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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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상 (경남환경운동실천협의회 대표)
서너 주 전쯤 신문을 보다가 산청군 금서면 금서 제2농공단지에 한국항공우주산업(주)(이하 KAI)의 부품공장이 유치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며칠 뒤에는 사천시에서 KAI의 부품생산 공장이 사천이 아닌 지역에 설립되어서는 안된다는 주민들의 반대로 산청군과 KAI 공장 간의 MOU 체결식이 잠정 연기되었다는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실려 있었다.

‘두 지자체끼리 공장 하나를 가운데 두고 자루 찢고 있구나’ 하고 보는데 산청군에서 폐수처리시설을 20억원이나 들여서 설치해 주는 조건이란 말에 눈이 번쩍 뜨였다. 폐수처리시설을, 그것도 20억 정도를 투자해서 지어야 할 정도라면 일상적인 생활하수를 처리하는 시설은 아니란 뜻이기에 어떤 시설이 들어오기에 이러나 하고 좀 궁금해졌다.

그런 차에 내가 이런 환경단체에서 일을 보고 있으니 주변에서 뭔 일이지 물어와서 KAI에 전화를 걸어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밝히고 혹시 산청에 공장을 짓기로 한 부품공장에서 유해한 독성물질이 배출되는지를 문의했더니 정확한 답을 해주질 않았고, 산청군 또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답만 해줬다.

제대로 된 대답을 들을 수 없어 이리저리 알아본 결과 산청 금서농공단지에 유치되는 부품공장은 유럽의 에어버스사의 A320 WBP 즉 A320기의 날개부품을 생산할 공장이며, 이 공정에서는 부품을 도금하는 공정이 있는데, 이 도금과정에서 시안화합물 등 특정 수질 유해물질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시안화합물이 어떤 물질인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독극물 ‘청산가리’가 주된 시안화합물이다.

물론 산청군에서는 공장유치가 되면 20억원을 들여 완벽한 폐수처리서설을 설치·가동할 것이므로 시안화합물이 하천으로 콸콸 유입되는 건 아니라고 장담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큰 공장이 들어서서 1~2년 가동하다가 없어질리는 만무하고 쓸모를 다할 때까지 계속 그 자리에서 제품을 생산할 것이고, 폐수를 배출해 낼 것이란 건 너무도 자명한 일이다. 처음에야 당연히 제대로 관리하겠지만 세월이 지나고 낡거나 또는 경기가 좋지 않아 제대로 관리할 수 없는 일이 생기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나.

특히나 특정 유해물질이란 것이 자연 속에서 소멸되거나 정화되는 것이 아니고 일단 자연계로 방류가 되면 먹이사슬에 의해 옮겨가며 축적되는 독성물질이란 걸 누구나 아는 상식에 가까운 세상이 되었다. 그렇게 몇 십년 동안 조금씩 노출되면 경호강과 진양호의 생태계에, 더 넓게는 그곳을 삶의 터전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위해가 될 것이 자명한 일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공장유치에 혈안이 된 듯한 산청군의 안일한 태도에 서운한 생각이 든다. 더욱이 금서농공단지는 진양호 상류 약 27km 정도에 위치하며 수변구역에 바로 연접해 그 물이 경호강으로 바로 흘러 들어가게 돼 있다.

진양호는 진주시뿐 아니라 사천, 통영, 남해, 하동, 고성, 거제까지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는 80만 도민의 생명수를 생산하는 곳으로, 진양호의 오염저감을 위해 진주시는 덕천강 일대, 진양호 일대, 경호강 일대를 수변구역으로 지정해 작은 음식점조차 허가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도 수변구역 내 토지를 매년 매수해 자연생태공원으로 조성, 지천의 오염을 예방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이런 노력에도 매년 하천의 수질은 나빠져 가고 있는 실정이다. 수변구역 주변에 생활하는 주민들에게는 더 많은 오염저감을 종용하고 있는 이때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수변구역에서 한 필지 벗어났다고 법망을 피해 독성물질을 배출하는 공장을 유치해 보겠다는 산청군은 원점에서 다시 한 번 재고하기를 바란다.

1991년 구미공단 안의 페놀이 낙동강으로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해 나라를 발칵 뒤집어엎은 사고를 우리는 잘 기억하고 있다. 어느 누가 예견했거나 고의적이지도 않았지만 순간적인 실수로 발생됐던 사고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현명한 선택을 해줄 것을 우리 모두는 간절히 소망한다.

박진상 (경남환경운동실천협의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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