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진 (경상대 신문사 편집국장)
얼마 전 우연히 들르게 된 서점에서 ‘Mnet 슈퍼스타 K3’의 우승팀인 ‘울랄라 세션’ 임윤택의 수필 ‘안 된다고 하지 말고 아니라고 하지 말고’를 몇 페이지 들춰보게 되었다. 그냥 ‘힘들었지만 온 힘을 기울여 살아왔다’는 빤한 내용의 자서전이겠거니 하고 앉은 자리에서 무심히 책장을 넘기고 있는데, 팔락거리다 멈춘 페이지가 그대로 눈에 들어왔다. 내 눈길을 사로잡은 한 문장은 ‘누구나 내일 어떤 일이 닥칠지는 모른다. 그래서 나(임윤택)는 내일을 걱정하기보다는 오늘을, 이 순간을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고 여긴다’였다. 알고는 있지만 놓치고 있던, 늘 생각하고 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던 나의 흐릿한 다짐이 그의 인생 가운데 일부가 되어 그의 책에 실려 있었다. 미안하게도 그 페이지만 읽고는 책을 내려놓았지만, 그 안의 한 문장은 이후의 순간순간을 묵직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그렇다면 ‘알 수 없는 미래를 위하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자.’ 그리고 ‘알 수 없는 미래를 위해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양보하자.’ 충분히 매력적인 이 두 선택지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나는 그 답으로 웹툰 ‘비바 산티아고’의 김용진 작가의 말을 떠올렸다. 김 작가는 ‘우리는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 미래의 행복을 위해 ‘너무 많은’ 순간의 행복을 포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말했다. 두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기는 조금 어려울지 몰라도, 그 핵심은 참 단순한 것 같다. 보이지 않는 먼 행복을 위해 가까이 있는 행복을 지나치게 외면하지는 말자는 것.
보통 ‘하고 싶은 것 하고 살라’고들 한다. 나는 이 말이 곧 현재에 충실하자는 말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현재를 외면한 채 미래만을 바라보고 살다가 느낀 후회가 담긴 말이라고도 생각한다. ‘하고 싶은’은 현재형이다. 그런데 미래에 도움되지 않을까 싶어 하고 싶은 일 못 하고, 미래에 도움되는 일 하느라 또 못 하고. 이렇게 재고 따지다가 하고 싶은 건 하나도 못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예를 들 필요도 없이 임윤택과 같은 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겪어 보았을 일이지 싶다. 그놈의 미래를 위해.
우리가 살아가면서 외면하는 순간의 행복들은 알 수 없는 미래의 행복보다 훨씬 현실적이며 가지기도 쉽다. 물론 안 그래도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막막함은 더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에 충실하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것과 현재를 살면서 미래에 더 충실한 것은 다르다. 미래의 일에 온 힘을 기울이느라 우리의 일상에서 외면해버린 가까운 행복을 더했을 때, 그 양이 미래에 누리게 될 행복의 양보다 적을지 많을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미래의 행복만을 점치며 현재를 살아가는 것, 너무 아깝다. 적어도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이 다시는 오지 않으리라는 것은 알고 있지 않은가.
/신소진·경상대 신문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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