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순간도 놓치지 마세요
한 순간도 놓치지 마세요
  • 경남일보
  • 승인 2012.08.0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소진 (경상대 신문사 편집국장)

얼마 전 우연히 들르게 된 서점에서 ‘Mnet 슈퍼스타 K3’의 우승팀인 ‘울랄라 세션’ 임윤택의 수필 ‘안 된다고 하지 말고 아니라고 하지 말고’를 몇 페이지 들춰보게 되었다. 그냥 ‘힘들었지만 온 힘을 기울여 살아왔다’는 빤한 내용의 자서전이겠거니 하고 앉은 자리에서 무심히 책장을 넘기고 있는데, 팔락거리다 멈춘 페이지가 그대로 눈에 들어왔다. 내 눈길을 사로잡은 한 문장은 ‘누구나 내일 어떤 일이 닥칠지는 모른다. 그래서 나(임윤택)는 내일을 걱정하기보다는 오늘을, 이 순간을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고 여긴다’였다. 알고는 있지만 놓치고 있던, 늘 생각하고 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던 나의 흐릿한 다짐이 그의 인생 가운데 일부가 되어 그의 책에 실려 있었다. 미안하게도 그 페이지만 읽고는 책을 내려놓았지만, 그 안의 한 문장은 이후의 순간순간을 묵직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임윤택의 말처럼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것처럼 미래의 일은 아무도 모른다. 당장 1초 뒤에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우리는, 내일마저 넘어서서 몇 달 뒤, 몇 년 뒤의 미래까지 책임지려 한다. 물론 미래가 지닌 불투명성이 우리를 조바심치게 하고, 미래의 보이지 않는 행복 또는 보상이 많은 사람의 ‘순간’을 희생시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 그렇게 나쁜 일도 아닐뿐더러 현명한 대처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알 수 없는 미래를 위하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자.’ 그리고 ‘알 수 없는 미래를 위해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양보하자.’ 충분히 매력적인 이 두 선택지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나는 그 답으로 웹툰 ‘비바 산티아고’의 김용진 작가의 말을 떠올렸다. 김 작가는 ‘우리는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 미래의 행복을 위해 ‘너무 많은’ 순간의 행복을 포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말했다. 두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기는 조금 어려울지 몰라도, 그 핵심은 참 단순한 것 같다. 보이지 않는 먼 행복을 위해 가까이 있는 행복을 지나치게 외면하지는 말자는 것.

보통 ‘하고 싶은 것 하고 살라’고들 한다. 나는 이 말이 곧 현재에 충실하자는 말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현재를 외면한 채 미래만을 바라보고 살다가 느낀 후회가 담긴 말이라고도 생각한다. ‘하고 싶은’은 현재형이다. 그런데 미래에 도움되지 않을까 싶어 하고 싶은 일 못 하고, 미래에 도움되는 일 하느라 또 못 하고. 이렇게 재고 따지다가 하고 싶은 건 하나도 못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예를 들 필요도 없이 임윤택과 같은 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겪어 보았을 일이지 싶다. 그놈의 미래를 위해.

우리가 살아가면서 외면하는 순간의 행복들은 알 수 없는 미래의 행복보다 훨씬 현실적이며 가지기도 쉽다. 물론 안 그래도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막막함은 더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에 충실하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것과 현재를 살면서 미래에 더 충실한 것은 다르다. 미래의 일에 온 힘을 기울이느라 우리의 일상에서 외면해버린 가까운 행복을 더했을 때, 그 양이 미래에 누리게 될 행복의 양보다 적을지 많을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미래의 행복만을 점치며 현재를 살아가는 것, 너무 아깝다. 적어도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이 다시는 오지 않으리라는 것은 알고 있지 않은가.

/신소진·경상대 신문사 편집국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