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아픔에서 새어나오는 웃음코드"
"현실 아픔에서 새어나오는 웃음코드"
  • 강민중
  • 승인 2012.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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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국제연극제 공연 리뷰]'이웃집 쌀통'(대구시립극단)
“머릿속에 생각이 많으면 행동이 굼뜨고, 그러기 시작하면 인생은 망하는 겁니다.”

양귀자의 ‘숨은 꽃’의 한 구절이다. 영화에도, 연극이나 공연에도, 많은 이야기를 넣으려고 할수록 극은 산으로 갈 확률이 높다. 이런 점에서 봤을 때, 대구시립극단의 ‘이웃집 쌀통’은 가벼운 전개로 많은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소극장 보다는 조금 크고, 중극장 보다는 작은 거북극장에서 공연된 이 공연은 어느 주택가의 한 골목을 배경으로 시작한다.

평범한 주택가, 그리고 남의 집 앞에 버려진 빨간 쌀통 하나 때문에 벌어지는 이 이야기는 처음부터 관객의 공감을 살 수 있는 대사들이 이어진다.

찜질방에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하시는 어머니와 어머니의 친구분들, “옆집 아무개가 그렇게 공부를 잘한데, 우리 애는….” 하시면서 엄친 딸 신조어를 만들어 낸 동네 아주머니들까지. 그들 모두 우리의 어머니이자, 아내일 것이다.

공연 홍보 책자에도 그들의 극중 이름은 자신의 이름이 아닌 동진네, 순이네, 미나네, 영실네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그들의 모습과 입담이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네 명의 주인공은 몸집과 말투에서부터 여실히 드러난다.

 쌀통에서 발견된 말라비틀어진 아이 손가락과 작은 발은 저것이 진짜 사람의 것일까 의심이 되기도 하지만 그것에 대한 고민을 할 새도 없이 극은 진행된다. 손가락과 발, 그리고 함께 발견된 현금 3000만원은 현실에 찌들어 있는 그네들을 고민에 휩싸이게 한다. 결국 그들은 손가락과 발 그리고 3000만원을 네 등분해 나눠 갖는다. 결국 극은 ‘죄짓고는 못 산다.’라는 결말에 도달하고 끝이 난다. 손가락과 발의 주인은 누구인지, 진짜 신체의 일부분인지, 돈은 진짜 돈이 맞는지는 알지 못한 채 말이다. 현상금이 달랑 5만원이라는 것에서 힌트를 준 듯 하지만, 계속해서 공포 분위기를 만들어 온 흐름에 비해 조금 얄팍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전반적으로 이 연극은 관객들의 많은 웃음을 이끌어 냈다. 전체적인 관람 분위기는 유쾌하고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일상적인 상황과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하지만 웃음에도 타당성이 필요하다. 무조건적으로 공감만을 불러일으키고 그로 인해 웃게 만드는 것은 오히려 극의 흐름에 방해를 놓을 수도 있다. 많이 웃었지만 왠지모를 아쉬움이 남는 것도 이런 이유일 수도 있을 것이다.

강민중기자 jung@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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