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合)과 충(衝)의 흔들림
새누리당 현영희 의원의 수행비서인 정모씨가 현 의원이 공천 대가로 공천심사위원 등에 현금을 지급했다고 폭로하면서 야당을 비롯한 새누리당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들은 호재를 만난 듯 연일 공세를 퍼붓고 있다. 야당 쪽은 쉼 없이 파상공세를 퍼붓고, 방어하는 쪽은 국면을 피해가기 위해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명박 대통령도 국회의원 재직 당시 비서관 출신이었던 김유찬씨의 폭로로 1998년 2월 21일 의원직을 사퇴함으로써 11개월의 짧은 의원생활을 마감하기도 하였다. 이런 것들은 무슨 일을 도모함에 있어서 사람 사이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물론 내부고발(whistle-blower)은 밝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바가 많다. 명백하게 잘못된 것, 고쳐야 할 것, 공익에 위배되는 것, 법과 제도에 저촉되는 바는 그 일에 관련된 당사자들이 아니면 잘 알 수 없기에 당사자들이 고발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검은 거래, 협박과 보복, 자기출세, 자기도취의 수단으로 이를 악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공자도 섭공과의 대화에서는 아비의 죄를 밀고하는 것이 오히려 정직하지 않은 것이라 말하고 있다. 사람과의 관계정의와 관계설정은 이처럼 어렵다. 맹자도 ‘천시는 지리만 못하고 지리는 인화만 못하다(맹자 공손추 하 1장)’고 하면서 사람관계의 중요성을 아주 강조하고 있다. 사람이 괴롭고 고통스러운 것은 사람 때문이며, 행복하고 살맛나게 하는 것도 사람 사이에서 생겨난다. 건강하고 병들게 하는 것도 사람 때문이고, 행복하고 괴로운 것이 모두 사람 때문이기에 모든 삶의 과정에서 인간관계를 잘 설정하여야 한다.
팔자에서 보는 인간관계는 당연히 합(合)과 충(衝)의 관계이다. 사람들은 보통 합이 되면 좋고, 충이 되면 나쁘다고 말하고 있는 데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 합은 묶음(fascio, 束)이며, 충은 격발(impact, 擊發)이다. 합과 충은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 이를 잘 구분하여야 한다. 이 합과 충의 세밀한 관계를 사람과 상황에 따라 잘 판별할 수 있다면 거의 도사라 할 수 있다. 사주팔자의 이론을 많이 안다고 하여서 팔자를 잘 푸는 것이 아니다. 수학공식을 많이 안다고 하여서 수학을 잘하는 것이 아닌 것과 같다. 정말 수학을 잘하는 사람은 몇 개 안되는 공식만으로도 복잡하게 뒤엉킨 수학문제를 풀어내고, 정말 시와 문장을 잘 쓰는 사람은 몇 개 되지 않는 단어만으로 사람들을 울리고 웃기며, 정말 작곡을 잘하는 사람은 몇 개의 음과 리듬만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하며, 정말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붓 한 자루에 검은 먹물 하나로도 온갖 삼라만상의 희로애락을 잘 표현하는 것과 같다. 합은 연인 부부관계, 가족관계, 친구관계 등 친하고 놀고 정 나누고 사랑 나누고 편한 관계이다. 골치 아픈 문제, 세상사, 직장일, 초기사업, 난공불락의 요새를 공략하는 데는 합이 맞는 사람과 하면 좋다. 그리고 대개의 경우는 합이 맞지 않은 사람보다 합이 되는 사람이 좋기는 하다. 그러나 합은 정지하려는 성향이 있다. 갈 길은 먼데 그저 마냥 퍼질러 앉아 있으려 한다. 이것이 합이다. 반면 충은 자극이고 움직임이고 동력이다. 정치인이 사람을 모아 표를 얻고, 사업가가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는 것도 충이다. 충의 속성인 소용돌이가 많아 득(得)되고 덕(德)되는 일도 많은 반면 허다한 배신 음모 심지어 죽임에 이를 수도 있다. 현 의원의 원국지지와 대운의 충이 연속되어 권력을 잡았지만 배신과 오해의 잡음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합(合)과 충(衝)의 흔들림에 주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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