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식 (진주 선학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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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은 못 입게 될 정도로 해져서 못 입는 것도 아니고, 계절에 따라 한 벌씩 갖춰 입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개성이나 유행에 맞춰 입는다. 어린이들은 옷을 잃어버려도 찾지 않는 경우도 많다. 전에는 “새옷이구나!”가 부러움의 표현이었는데 요즘은 “어디 브랜드야?”를 따져 보고 부러워한다. 집은 비바람을 막아주는 장소라기보다는 얼마나 넓게, 어떻게 더 예쁘게 치장할 것인가, 어떤 설비나 가구를 들여야 더 멋있게 보이고 더 여유롭게 지낼 수 있는가에 신경을 쓴다. 전에는 “들어가 누울 집은 있냐?”라고 물었는데, 요즘은 “몇 평에 사냐?”고 묻는다.
언제든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 있고, 입고 싶은 대로 입고, 살고 싶은 대로 사는 풍요로운 우린데 행복한가 라는 물음에 모두가 동의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특히 새 가정을 갖는 젊은이들이 자신이 갖고 있는 그대로의 부족함을 알고 채워 나가는 기쁨이나 보람을 찾기보다는 집이나 살림살이를 완전히 갖춰서 즐기기만 하면 될 것 같이 출발한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다 채워지면 반대로 정신적으로 공허하게 돼 행복한 출발이 불행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부족함이 많은 사람은 적어도 그 부분을 다 채우기까지의 과정은 행복할 수 있다.
사람의 몸은 힘들게 서서 활동하다 보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어, 더 편하고 움직임이 적은 자세로 옮겨가기 쉽다. 만사가 다 그렇듯 몸도 움직임이 적으면 병이 생기기 마련이다.몸뿐만 아니라 정신도 따라서 움직임이 적어진다. 몸과 마음이 다 움직임이 적어 둔해지면 늙는 것이고, 멈추면 죽는 것이다. 옷이나 신발도 움직이기 편하기보다는 보기에 좋도록 만들고 입으면 당연히 움직임은 적어져 건강에는 해롭기 마련이다. 집이나 살림살이도 모두가 편함에 가치를 두다 보니 우리 몸의 움직임은 최소화된다. 처음에는 힘든 몸을 편하게 해주기 위해 그토록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만든 음식, 옷, 집, 자동차 등이 몸의 움직임을 최소화해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따라서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경제적인 풍요에 갇혀 몸뿐만 아니라 정신까지 피폐하게 둘 것이 아니라 풍족함 속에서도 부족함을 찾아낼 줄 알고, 그 부족함을 다시 채우는 과정에서 한 단계 더 성숙한 단계로 나아가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정호식 (진주 선학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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