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끗’
‘한 끗’
  • 경남일보
  • 승인 2012.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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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재 (객원논설위원)

우리지방의 말로는 ‘쪼우기’ 혹은 ‘두장꺼이’ 등으로 표현하는 ‘섰다’는 화투 두 장을 서로 나누어 가장 높은 끗수를 가진 사람이 이기는 노름의 일종이다. 4와 6의 조합인 ‘사륙’의 유무 등 룰이 각 지방마다 좀 차이가 있지만 ‘끗발’로 승부를 가르면서 화투판의 성격에 따라 재미와 흥분이 판이하게 갈린다. 도박일 때는 패가망신을 주기도 하고 로또 같은 일확천금을 던져 주기도 한다. 상대의 심리를 읽으며 판돈을 키우기도 하지만 대체로 재수로 그 명운이 나뉜다. 불과 ‘한 끗’에 그럴 때도 많다.

▶지구촌의 축제인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집안 잔치였던 서울올림픽을 제쳐두면 역대 최고의 기록을 남기며 조국의 위신을 더 높이 세웠다. 획득 메달 순위 5위로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세계 초강대국과 잔치를 벌인 영국을 제외하면 1등이다. 선진국 순위로 손에 꼽히던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도 우리 뒷 순위다. 축구에서 동메달의 제물이 된 일본도 한참 뒤에서 찾아야 한다.

▶13명의 금메달을 포함한 28명의 메달리스트! 참 장하다. 뼈를 깎는 고통과 역경을 이기고 세계에 우뚝 선 그들의 쾌거를 아무리 되짚어보고 상기하여도 기쁨과 즐거움으로만 가득하다.

▶하지만 메달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이전에 올림픽을 대비하여 국가대표를 꿈꾸다 좌절한 수많은 선수들의 눈물과 불운을 동시에 새길 필요가 있다. 성적과 역량을 운과 재수에 직결시킬 수 없지만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것이 세상의 섭리다. 사람이 정해 놓은 종목과 기준에 따라 그야말로 눈 깜짝할 시간, 간발의 차이인 ‘한 끗’으로 선수생명 혹은 인생의 성패로 인식하는 게 세상인심이다. 노메달로 관심 밖으로 밀려난 선수들에게도 찬사가 있었으면 좋겠다.

정승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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