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신뢰, 그냥 얻어지는게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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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진성
  • 승인 2012.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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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경영성공스토리] 조영호 보리전문 쇼핑몰 '보리몰' 대표

▲진주시 사봉면에서 보리몰을 9년째 운영중인 조영호 대표. 제품에 대한 신뢰와 트렌드에 맞는 상품개발로 보리몰을 보리전문 쇼핑몰로 성장시켰다.
진주시 사봉면 봉곡리 사봉산업단지를 지나 함안으로 이어지는 1004번 지방도로변. 보리가공품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보리몰’과 식사와 차를 즐길 수 있는 카페 ‘보리나무’는 이 지역에서 재배된 보리가 재탄생되는 곳이다.

‘보리몰(www.borimall.com)’은 인적이 드문곳에 있지만 인터넷에선 나름 유명세를 탄 곳이다. 지난 2007년 인터넷 순위를 매겨주는 랭킹닷컴에서 식품분야 43위에 올랐다. 보리제품만 판매하는 쇼핑몰로선 경이적인 순위다.

보리몰이란 이름답게 품목엔 찰보리빵, 보리차, 맥아차, 보리미숫가루, 보리생가루, 보리순차, 보리비누 등 보리와 관련된 제품뿐이다.

보리하면 대표적인 쇼핑몰이 되었지만 보리몰에도 탄생비화가 있다.

보리몰을 만든 조영호(41) 대표는 서울에서 휴대폰 개발업무를 하던 엔지니어 출신이다. 보수는 괜찮았지만 휴일없이 밤낮으로 일에만 매달려야 했다. 새휴대폰이 나올 시점엔 귀가 조차 힘들었다. 어느날 품에 안은 돌지난 아들이 아빠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가족을 돌볼시간이 없었던 조대표는 2003년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미국유학을 떠날 결심을 했다. 유학준비를 하던 중 그는 아내의 외갓집인 진주 반성면에 인사를 하러 왔다 보리와 인연을 맺는다.

아내의 외할아버지에 이어 외삼촌이 대를 이어 보리경작과 가공일을 했다. 홈페이지가 필요하다는 외삼촌의 요청에 만든 것이 보리몰이다. 이름까지 조대표가 지었지만 그때만해도 보리몰을 자신이 운영하게 될지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나이 지긋한 어른들이 쇼핑몰 운영하기란 쉽지 않았을 터. 처외삼촌으로 부터 다시 연락이 왔다. 유학가기 전까지 쇼핑몰 운영과 압맥(수증기로 쪄서 납작하게 누른 보리)을 만들어 경비를 마련하라는 요청이었다.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모자란 유학경비를 마련할 겸 그는 그 길로 진주로 왔다.

쉽게 생각한 압맥은 생각처럼 만들어지지 않았다. 조대표가 전국을 돌며 수소문했지만 압맥가공기계는 구할 수 없었다. 예전엔 군대에서 보리밥이 공급됐지만 백미로 바뀌고 나서 모두 고철로 팔려나갔다. 외국 책까지 뒤져가며 자료를 모아 만들었지만 실패작이었다. 엔지니어 출신인 그가 기계적 오류를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2005년 일본회사에 문의한 결과 마침 한국을 방문중인 일본인 기술자가 보리몰 가공공장에 방문했다. 그 기술자로 부터 기계가 전체적으로 잘못됐다는 진단을 받고서 절망할 수 밖에 없었다. 비싼 기계를 일본에서 들여올 수도 없을뿐만 아니라 지난 3년간 대출금이며 전세금이며 모든 재산을 날렸기 때문이다.

유학의 꿈마저 물거품이 됐다. 조대표는 가족을 원망하기 시작했다. 휴대폰 개발자의 삶과 목표가 없어진 그는 분을 참을 수 없었다. 부부싸움이 잦아지고 심지어 이혼의 문턱까지 갔다.

조대표는 그때를 회상하면 헛웃음이 나온다. 그는 “사람은 참 간사하다. 일이 잘못되면 자신 탓보다 남 탓을 하게 되는 속물 본성을 봤다”고 말한다.

어느날 그는 지나간 일을 반성하며 재기를 결심했다. 한 분야에 10년을 일해야 눈이 뜨인다는 어른들의 충고도 있었다. 또 가족과 농촌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자는 약속을 지키기로 했다.

압맥기계에 매달려 잘 관리하지 못했던 보리몰 홈페이지를 2006년 리뉴얼했다. 주부체험단을 모집하고 제품홍보에 나섰다.

보리에 모든 것을 걸기로 한 그는 필사적이었다. 지난 3년간 실패에 대한 보상일까. 인터넷에서 반응이 나타났다. 입소문이 퍼지고 매출이 올라가자 방송사에서 섭외도 왔다.

조대표는 보리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봤다. 소비자가 식상하지 않도록 제품개발에 신경을 썼다. 먼저 소비자에 대한 분석을 하고 그들이 원하는 제품을 조사해야 했다.

그는 “가공업자들이 좋은제품이라고 만들었지만 손님이 찾지 않아 실패하는 경우가 있다”며 “좋은 제품이란 그 시대에 소비자에게 통하는 제품이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주로 주부이며 가족 건강을 위해 보리를 찾는 것에 착안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찰보리빵은 히트 상품이 됐다. 지역에서 계약재배된 보리를 도정과 제분을 바로해 신선한 햇찰보리가루로 만들었다. 팥 역시 합천에서 계약재배를 통해 공급받는다. 직접 가마솥에 고아 팥앙금을 만들었다. 계란은 지수에서 생산된 신선란만 사용한다. 설탕 역시 유기농 황설탕만을 이용해 찰보리빵을 제조한다.

보리차는 물론이고 발아시킨 맥아차 역시 히트제품이다. 보리비누 역시 보리속가루를 이용해 만들었다. 어딘가에 있을 법 하지만 보리몰의 제품의 남다르다. 엔지니어 출신답게 집요하게 보리의 특성을 살려 제품으로 탄생시킨다. 조대표는 소비자들이 변함없이 찾아주는데는 ‘신뢰’가 바탕이라고 한다.

그는 “믿음은 시간이 걸릴 순 있어도 소비자가 언젠가 알아준다”며 “신뢰와 시대에 맞는 제품이 보리몰을 성장 비결이다”고 전했다.

최근엔 보리만으로 커피맛을 내는 보리커피를 개발했다. 올해안으로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철저하게 소비자의 트렌드에 맞춘 덕분에 개발됐다.

조대표는 보리몰이 ‘장사꾼’수준이 아니라 ‘사업체’로 키울 계획이다. 올해 경상대 경영대학원에 입학한 것도 그 이유에서다. 사업을 키우기 위해 조대표와 아내 황미화씨가 운영하던 보리몰에 식구가 늘었다. 아내의 3남매 부부와 사촌동생 부부가 모두 이 일을 같이 하게 됐다. 건설회사 감리사로, 통역사로, 대기업에서 멀쩡히 일하던 사람들이 뭉쳤다.

지난해에는 보리몰 옆에 식사와 차를 판매하는 ‘보리나무’라는 카페를 열었다.

조대표는 식구가 늘자 부담스러울만도 하다. 하지만 그는 “보리몰을 가족기업으로 키워나가기로 했다. 형제끼리 가깝게 지내니 의지도 되고 아이들 정서에도 좋다”고 말한다.

그는 보리몰의 법인화를 진행중이다. 4가족이 매달린 일이다보니 사업을 더 키워야해서다.

올해로 보리몰을 운영한지 9년째. 조대표는 “내년이면 10년인데 이제야 사업을 어떻게 키워할 지 알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지금까지 어느 기관의 지원없이 홀로 보리몰을 성장시켰다. 국산보리를 가공상품으로 개발해 해외로 수출하는 것이 목표라는 조영호 대표. 더 큰 곳을 가기위해선 지자체와 기관의 도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한다.

조대표는 성공했다는 말엔 정색을 한다. “아직 갈길이 멀다. 성공하는 길이 이제 보이기 시작했을 뿐이다”라는 그가 수출의 꿈을 이루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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