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간 신용카드 거래가 급감해 물품 대금의 현금화가 급한 중소기업 운영에 큰 부담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사는 수익성이 좋지 않아 기업구매카드를 외면하는데다 대기업은 기존 어음거래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기업구매카드 실적은 2003년 전체 카드 이용액의 14.7%, 2004년 17.6%, 2005년 18.7%로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2009년 15.2%, 2010년 12.5%로 떨어졌고 작년(8.7%)에는 한자릿수까지 줄었다.
기업구매카드란 납품업체를 통해 중간재나 자재 등을 납품받는 기업이 물품 대금을 어음 대신 지급할 수 있는 카드다. 기존의 어음 결제가 갖는 비효율성과 위험을 없애려고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결제성 자금대출제도로 2000년에 도입됐다.
2007년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구매카드나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등 어음대체 결제수단으로 하도급대금을 지급할 때 결제기한이 법정기일(60일)을 넘기면 7%의 수수료를 주도록 고시하는 등 기업구매카드 활성화에 노력했다.
그럼에도, 기업구매카드 이용이 줄어든 것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카드사들이 수익이 별로 나지 않는 기업구매카드 사업에 적극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업구매카드를 이용하면 납품업체는 기존 어음을 이용할 때와 달리 3~5일 만에 납품 대금을 받을 수 있어 정부는 정책적으로 장려해왔다.
그러나 가맹점과 카드사를 연결해주는 밴(VAN)사를 이용하지 않아서 카드사로서는 가맹점 수수료를 받을 수 없고 선이자 형식으로 대금의 0.2~0.3% 정도만 수익으로 갖기 때문에 `애물단지'인 셈이다.
이 때문에 기업과 주거래 관계에 있는 은행 계열 카드사들도 기업구매카드를 줄이고 일부 전업계 카드사들은 운영조차 하지 않는다.
KB국민카드는 올해 1분기 기업구매카드 실적이 20여억 원 수준에 그쳤다. 신한카드 또한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기업구매카드제가 어음 거래 성격을 띠고 있어 지난해 분사하면서 이 부분을 국민은행에 이관했고 현재는 국민카드 자체적으로는 거의 사업을 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삼성카드는 기업구매카드제를 아예 중단했다. 현대카드나 하나SK카드도 실적이 거의 없다. 롯데카드만 납품이 많은 유통 계열사 실정을 고려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기업구매카드는 어음과 관련이 있어 처음부터 카드 사업과는 맞지 않았다"면서 "카드사 대부분은 돈이 안 되는 기업구매카드를 취급하지 않는추세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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