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 암호전쟁
171. 암호전쟁
  • 경남일보
  • 승인 2012.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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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수의 생활 속 수학이야기

개인 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국가, 대기업, 단체 또는 개인이 반드시 보호해야 하는 비밀정보가 보호되지 못하고 있다.세계의 암호학자들은 해독 불가능하며 효과적인 암호체계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모든 암호체계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단계가 있는데 평문을 암호문으로 바꾸는 ‘암호화 과정’과 암호문을 해독하여 평문으로 바꾸는 ‘복호화 과정’이다. 대부분의 암호체계에서 첫 번째 과정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나 두 번째 과정도 할 수 있다. 따라서 암호화하는 방법을 공개할 수가 없다. 암호학자들은 이러한 과정이 언제나 옳지 않다고 생각해 왔다. 만약 암호화 과정을 알고 있더라도 복호화 과정이 매우 힘들다면 그 암호화 과정을 공개해도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함정식 함수’란 개념을 만들었다. 모든 암호체계에서 암호화 과정이란 A라는 평문을 ●(A)라는 암호문으로 바꾸는 함수 ●에 해당되고 복호화 과정은 그 역함수 ●에 해당된다. 두 과정을 수학적으로 표현하면 ●(●(A))=A이다. ●의 역함수를 구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때 ●를 ‘함정식 함수’라고 한다. 이러한 함정식 함수를 이용하는 암호체계는 역함수의 계산방법만 비밀로 하면 된다.

암호전쟁에 미국, 유럽, 일본 등 인터넷 강국인 우리나라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오늘날 정보사회에 국가안보뿐만 아니라 산업분야의 핵심요소로 자리매김하였기 때문이다. 암호전쟁의 대표적인 사례가 미 국방부 산하 국가안보국(NSA)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에셜론 프로그램이다. 에셜론은 ‘특수부대’라는 뜻으로 유·무선전화, 팩스는 물론 개인 간에 주고받는 이메일의 내용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전 세계 통신망의 70%에 달하는 정보망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도청 기능을 갖고 있다고 한다. 수학을 이용한 뛰어난 암호기술로 각 통신망이 쳐놓은 암호망을 풀어버리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앞으로 암호기술 개발을 소홀히 하면 군사적이나 경제적으로 많은 타격을 받을 수가 있다. 날로 늘어나는 전자상거래, 전자문서 등 초고속 정보화시대에 디지털 네트워크에서 보안의 중요성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 전 세계 암호기술은 냉전이 끝난 뒤 러시아 과학자들의 덕택에 미국과 이스라엘이 암호강국이 되었다. 일본과 유럽 그리고 수학 강국인 러시아도 암호분야에서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한국의 암호기술은 일본에 근접할 정도라고 말한다. 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정보보호센터가 국내 암호전문가들과 공동으로 연구를 하고 있으나 그동안 기업들의 무관심으로 발전기반이 취약한 것이 문제라고 한다. 다른 디지털산업과 마찬가지로 암호분야에서도 원천기술이 매우 빈약하기 때문이다. 암호문의 원천 기술인 수학의 정수론을 가르치는 대학에 많은 인재들이 진학할 수 있도록 정부와 대기업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김용수·수학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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