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對) 북한 외교
대(對) 북한 외교
  • 경남일보
  • 승인 2012.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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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선 (객원논설위원, 사천문화원장)

외교에서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용어로 봉쇄와 포용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후의 냉전시대에 미국이 구소련 등 공산권에 대하여 취한 외교정책이 봉쇄였다. 1947년 3월 미국은 반공 군사 경제원조의 원칙을 정한 트루먼 독트린을 발표했다. 이 정책을 제시한 케넌은 소련에 대해 ‘장기적이며 인내성 있는, 그러나 확고하고 조심스러운 저지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대소련 봉쇄정책은 ‘스타워즈’로 불리는 레이건의 ‘전략방위구상(SDI)’으로 결실을 보아 마침내 1990년 공산종주국 소련의 붕괴를 이끌어냈고 동서 냉전체제를 허물었다. 2003년 초 북핵 사태에 대한 대응책으로 미국이 채택한 ‘맞춤형 봉쇄(tailored containment)’정책도 이에 속한다.

이에 대비되는 외교전략이 포용정책이다. 앙가주망(engagement)이라는 용어는 전후 사르트르를 비롯한 실존주의자들이 쓰기 시작하였는데, 인간은 사회적 현실에 구속되어 있으면서 동시에 그 현실을 변화시켜 나가는 존재라고 보고, 이러한 인간과 현실과의 관계를 나타내는 말로 이 용어를 사용했다.

정치적으로 대표적인 포용정책이 닉슨 독트린이다. 닉슨 대통령은 1969년 7월 25일 미국의 대외 안전보장책의 하나로 “아시아의 방위는 아시아인의 힘으로 한다”면서 닉슨 독트린을 발표하였다. 당시 중국은 문화대혁명으로 국내에서 큰 홍역을 치르면서도 제3세계의 종주국을 자처하여 대외적으로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을 때였다. 대통령보좌관 겸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국장으로 취임한 헨리 키신저는 미 국무부의 통상적인 외교경로를 무시하고 이른바 ‘키신저 외교’로 중국에 접근하여 마침내 미·중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문화대혁명이 끝나자 등소평으로 하여금 개혁개방과 사상해방을 이끌어내게 한 중국의 역사변화는 미국의 포용정책 결과였다.

남북관계에서 화해ㆍ협력의 동반자로 규정해 대화와 대북지원 등 방법으로 북한을 변화시키고자 한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이 곧 포용정책이었다. 노무현 정부는 이를 계승해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기조로 한 평화번영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포용정책은 북한의 대남 적화전략을 바꾸지 못했고, 모든 비용을 남한이 부담하면서도 오히려 주도권을 북한에 넘겨 줬다는 비판을 받았다.

요즘 북으로부터 전에 없던 소식들이 들어오고 있다. 그동안 군이 장악하고 있던 북한경제를 당으로 전환하면서 군의 실세였던 리영호 전 북한군 총참모장을 전격 숙청하고 인민군은 총정치국장 최룡해 수중에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지금 평양에선 10만 명의 학생과 주민이 동원된 아리랑축전이 한창이다. 김정은을 ‘하늘이 낳은 명장군’으로 선전하는 카드섹션과 찬양가요 ‘발걸음’이 등장했다. 60년 만의 기록적 봄 가뭄에 이어 홍수로 큰 피해를 입은 지방도시와는 극히 대조적이다. 북한 매체의 공식집계만 봐도 지난 한 달간 비 피해로 126명이 사망하고 16명이 실종된 가운데 유엔 홍수피해 조사단이 북한을 방문했다. 김정은·이설주 부부의 파격적인 행보도 보인다. 최고지도자의 배우자 공개는 북한에선 전에 없던 사건이다. ‘곱등어’라 불리는 돌고래 공연장에서 김정은이 류훙차이 평양주재 중국대사를 만난 것도 전과는 다른 분위기다. 김정은이 방북 중인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접견했다는 소식도 있다.

우리 헌법은 제3·4조에서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한반도는 남북으로 분리돼 있고, 1991년 9월 18일 제46차 유엔총회에서 남·북한은 동시에 그리고 각각 유엔 회원국이 되었다.

외교에서 일방적인 승리란 불가능에 가깝다. 폐쇄국가에 대한 봉쇄는 가능하지만 붕괴를 이끌어낸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외교력이 있는 것이다. 대북관계와 관련하여 우리 정부는 지금까지 봉쇄와 포용 두 가지 정책을 번갈아 사용했다. 지금 북한은 젊은 지도자가 들어서서 변화를 좇고 있다. 북한을 개방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나라로 중국을 덮을 수 없다. 지금 국제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외교관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다. 중국의 역할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반 총장이 가장 적합한 위치에 있다. 그는 대한민국 출신이고 외무부장관을 지낸 인물이다.

박동선 (객원논설위원, 사천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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