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구 (창원총국 부국장)
옛말에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 빚이라고 했다. 하지만 한국사회는 지금 빚의 저주에 걸려 든 느낌이다. 빚은 중독성이 강해 멈춰지지 않는다. 작은 빚이 큰 빚을 낳고, 이자를 갚기 위해 또 빚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도 끊어내기도 힘들다. ‘외상이라면 소도 잡아 먹는다’는 말도 있지만 빚을 무서워하지 않는 사회는 병든 사회다.▶전국에서 가계 빚이 가장 빠르게 늘고 있는 곳 중의 하나로 경남지역이 꼽혔다. 지역별 가계 부채 증가율을 보면 서울 2%, 수도권 전체로는 3.1%에 불과한 반면, 경남은 증가율이 서울의 최고 6배나 된다. 특히 경남은 가계부채 증가율이 12%를 넘어서 전국최고 수준이다. 가계부채가 이처럼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은 경기침체의 영향도 커지만 무엇보다 주택대출이 늘어난 것이 결정타다. 한마디로 빚내서 아파트를 분양받고 그 이자를 감당못해 제2금융권에서 또 대출을 받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 대선에서는 복지문제가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가재정은 이를 뒤받침하기에 역부족이다. 가계부채도 마찬가지다. 대선국면에서 인기영합적 정책으로 가계부채문제에 접근한다면 그것은‘폭탄돌리기’가 될 뿐이다. 가계부채를 줄이는 방법은 ‘고통감수’라는 가혹한 방법외에는 일시적인 처방에 불과하다.
▶많은 사람들이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위기의 뇌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제는 가계부채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전환이 중요하다. 경제위기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이자를 갚기 위해 고금리 신용대출을 이용하는 것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것과 같은 행위다. 부동산 매각을 통한 부채 구조조정을 더 이상 미루어서는 미래가 없다. ‘대출의 역습’은 이미 진행중이다. 정부와 정치권뿐 아니라 개인과 가정 스스로가 빚에 대한 절박한 해결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결국 한국사회의 미래는 빚에 삼키게 될지 모른다.
이홍구 창원총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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