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대 최고령·최연소 졸업 성준경·김은수씨
최근까지 한 컨설팅 회사의 회장을 지낸 성준경(76)씨. 지난 2010년 방송통신대일본학과로 편입, 이달 말 학교문을 나서는 졸업생 5300여명 중 최고령이다.
"하루하루 매 순간 충실하며 사는 게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많은 걸 보고 느끼며 살고 싶습니다."
함께 졸업하는 최연소자는 유아교육과 김은주(21·여)씨다. 경남 산청 생태마을에서 자라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를 마친 그녀는 2008년 방송대에 입학했다.
나이 차가 무려 55년이나 나지만 같은 대학 졸업을 앞둔 이들을 26일 서울 혜화동 방송대 캠퍼스에서 만났다.
지난 50여년간 한 번도 일을 쉬어본 적이 없다는 성씨는 학창시절부터 엘리트코스를 밟아왔다. 서울대 경제학과 56학번으로 졸업 후 당시 최고직장으로 꼽히던 한국은행을 거쳐 1983년부터 은행과 리서치 회사 등의 전문경영인(CEO)으로 활동했다.
직장생활 중 시장조사, 은행경영 등에 관한 책을 쓰고 일본책을 번역하기도 했다. 2005년에는 전국 최고령자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성씨는 "한국은행 근무 시절 일본에 파견돼 2년간 근무한 이후부터 40여년간 일본책을 즐겨봤다. 일본어 실력이 더는 늘지 않는 것 같아 답답해 체계적인 공부가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방송대 편입 이유를 설명했다.
최연소 졸업자인 김씨는 공부란 다양한 활동 중 하나라고 했다. 20분을 걸어야 하루 세 번 오는 버스를 탈 수 있던 산골에서 자란 그녀에게는 자연이 곧 배움터였다.
중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고등학교도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는 이유로 진학을 포기했다. 대신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지인의 소개로 2년6개월 간 대안 고교 행정실에서 보조업무를 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후회가 몰려왔다. 김씨는 "내가 왜 그런 길을 택했을까 많이 후회했다"며 "나이를 속이고 학생들한테 '언니, 누나'라고 부르라고 했다"고 말했다. 공부를 다시 시작한 김씨는 2007년 8월 고교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이듬해 방송대에 입학했다. 전액 장학금을 다섯 번이나 받았고 이번에 졸업우등상까지 받는다.
너무도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사람이지만 "하고 싶은 일도, 해야 할 일도 너무 많다"고 입을 모았다.
성씨가 손녀뻘 졸업동기생인 김씨를 보더니 한마디 했다.
"우리 어릴 땐 할 일이 공부밖에 없었기 때문에 공부했지만, 요즘 이렇게 스스로 인생을 개척하는 젊은이를 보면 정말 대견하고 기특해요."
성씨는 "나는 전직을 많이 하다 보니 후회도 된다. 무조건 많은 것을 하기보다는 자신에게 꼭 맞는 것을 찾아 파고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을 잊지 않았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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