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旗)가 살아야 기(氣)가 산다
기(旗)가 살아야 기(氣)가 산다
  • 경남일보
  • 승인 2012.08.2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복경 (경상남도농업기술원장)

경상남도 농업기술원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접하게 되는 것이 정문 입구에 휘날리는 3개의 깃발이다. 경남도내 2만5000여명의 회원을 가진 농촌진흥분야의 대표적인 조직인 농촌지도자회, 생활개선회, 4H회의 깃발이 그것이다.

이들 조직은 올해로 60주년을 맞는 4H조직을 비롯해 우리 근대 농촌진흥사업을 주체적으로 이끌어왔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농촌지도 조직들인데 산업화·도시화에 따라 젊은 인력들이 농촌을 빠져나가는 공동화현상으로 과거와는 달리 근래에는 그 역할이나 활동이 많이 위축되어 있는 상태이다.

그래서 이들 조직의 활성화를 바라면서 올해 초부터 조직의 상징인 기를 경남 농업의 대표기관인 농업기술원의 정문에 게양하게 되었다. 많은 회원들이 가슴 뿌듯하다고들 한다.

기(旗)는 조직의 상징이고 조직의 기(氣)운이다. 중세시대 기병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 기수다. 기수는 깃발을 든 자로 깃발을 꼿꼿이 세워 높이 나부끼게 하는 것이 그의 역할이고 전쟁의 승리는 끝까지 깃발을 우뚝 세우고 있는 쪽이다. 병사들은 깃발을 보고 힘을 얻고, 슬퍼하고, 기뻐한다.

세계를 감동시킨 런던올림픽도 막을 내렸다. 우리나라가 예상외의 좋은 성적으로 상위에 자리함은 정말로 세계 속의 대한민국으로 자랑스럽기 한이 없다. 이러한 행사에서도 제일 중요한 것이 국기인 깃발이다. 여자축구 예선전에서 북한 인공기 대신 태극기가 올라가 경기가 1시간이나 중단되고 급기야 영국 총리가 사과하는 사태가 일어나기도 하였다. 

우리의 농촌 마을회관에는 대개 태극기와 새마을기가 게양되어 있다. 과거 시끌벅적하던 시골풍경은 사라진지 오래고 심지어 아이 울음소리도 끊어져 적막하기까지 하다. 사람도 살지 않는 마을에 무슨 기(旗) 타령이냐 할지 몰라도 회관 게양대엔 위와 아래 두 곳으로 묶여져 있어야 할 깃발의 끈이 한군데만 매여져 대롱대롱 달려 있거나 1/3, 심지어 2/3 이상 태극기가 풍상을 맞고 손수건 크기 정도만 남아 팔랑거리는 걸 보면 이게 농촌마을의 현주소다 싶기도 하다.

고속도로 진입로 주변이나 도로변에 여러 개 모아 세워진 게양대에 태극기나 새마을기의 다양하게 훼손된 모양을 보거나 태극마크가 거꾸로 뒤집어진 영상물을 볼 때면 왠지 기분이 좋지 않고 짜증스러울 때가 많다.

우리는 곧잘 ‘기가 살았다’, ‘기가 죽었다’, ‘기가 찬다’, ‘기가 막힌다’라고들 한다. 조직에 있어서 기(氣)는 조직의 상징인 기(旗)의 펄럭임과 같다. 올림픽에 참여하는 운동선수를 응원할 때도 기(旗)를 흔들어 선수에게 기(氣)를 불어넣어 주고, 메달을 따도기( 旗)를 흔들며 좋아하고, 전쟁에 승리를 해도 기(旗)를 흔든다.

 기(旗)가 살아야 기(氣)가 산다.

산업화·개방화·세계화 등으로 침체해진 이 시점에 우리 농촌에도 과거 녹색혁명(쌀자급), 백색혁명(비닐온실)을 이끌어 우리 국민들의 먹을거리를 슬기롭게 해결한 대표적인 농촌진흥조직의 기(旗)들을 우뚝 세워 새로운 기(氣)운을 불어넣어 풍요롭고 여유로운 농촌의 재도약을 기대해 본다.

최복경 (경상남도농업기술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