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볼라벤' 강습에 선박 침몰·과수 낙과 피해 커
28일 경남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께 남해군 서면 중현리에서 80세 노인 정모씨가 강풍에 무너진 이웃집 담장에 깔려 숨졌다. 정씨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하여 치료중 이날 오후 2시께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풍과 폭우로 인해 선박이 침몰하고 도로가 유실되는 등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다.
이날 오전 10시15분께 사천시 신수도 해안가 개펄 위에 좌초해 있던 제주 선적 7만7458t급 석탄운반선의 중간 부분이 끊어져 선체가 두동강났다. 사고 상선은 태풍을 피해 인근 해상에 정박해 있던 중 오전 6시께 파도와 강풍에 닻이 풀리면서 연안으로 떠밀려 좌초했다. 한국인 선원 9명과 필리핀인 선원 9명 등 선원 18명이 선미 조타실에 모여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해경이 구조에 나섰으나 악천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선내에는 석탄 4만5000t, 발전기용 경유 40t이 실려 있어 해양오염도 우려되고 있다.
하동지역에서는 어선 1척이 부서지고 2척이 침수됐다. 또 금남면 대치리 해양낚시공원 진입로 13m가 유실되고 대치항 부잔교 2곳이 파손됐다. 창원에서도 어선 1척이 바람에 뒤집혀 완전히 부서지고 1척은 부분적으로 파손됐다.
남해군에서는 남해제일고, 경남해양과학고, 해양초등학교의 건물 등이 파손됐다.
수확기를 앞둔 농작물과 시설하우스 피해도 엄청났다. 도내에서는 농작물 312.9ha, 시설하우스 54동이 피해를 입었다. 벼 쓰러짐도 81.2ha에 달했다.
특히 하동군, 사천시를 중심으로 수확을 앞둔 과수의 낙과율이 최대 50%에 이르는 등 낙과피해가 심했다. 하동·진주·사천의 배 612㏊, 거창·밀양의 사과 303㏊, 단감 2㏊ 등 무려 917㏊의 과수원에서 낙과 피해가 발생했다. 진주시는 전체 660㏊의 배 가운데 20~30%가 낙과피해를 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설하우스의 경우 버섯재배사 1동이 지붕이 파손됐고 53동의 비닐이 벗겨지거나 찢어졌다. 하동군 금성면 육상양식장(감성돔)도 지붕이 파손되는 등 수산 양식장에서도 강풍 피해가 발생했다.
정전피해도 잇따랐다. 한국전력 경남본부 집계결과 27일 오후 9시부터 28일 9시30분 사이에 11개 시ㆍ군 3만9338가구가 정전됐다가 대부분 복구됐다.
또 도내 곳곳에서 강풍에 가로수가 뽑히고 간판·지붕·외벽이 날아가거나 에어컨 실외기가 넘어지고 건물 유리가 부서지는 피해가 발생했다. 일부 시민은 도로를 지나다 넘어진 간판에 부딪쳐 상처를 입기도 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남포리 남포삼거리~원전 간 5.3km 구간의 왕복 2차로 해안도로에서는 태풍과 만조시간이 겹쳐 바닷물이 들이치면서 오전 6시30분부터 3시간 가량 차량운행이 통제됐다. 창원시 성산구~진해구를 연결하는 안민고개 도로 4㎞는 27일 오후 7시부터 통행이 차단되고 있다. 창원시, 사천시, 남해군에서는 교통 신호등이 강풍에 부서져 복구작업이 진행됐다.
다행히 댐과 상수도 등은 별다른 피해가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수자원공사( K-water)경남지역본부는 이날 태풍으로 인한 시설물 피해가 없다며 다목적댐(남강 합천 밀양), 상수도(창원 울산 남강 밀양 거제 및 4개 지방상수도), 하구둑(낙동강) 및 보(합천창녕 창녕함안) 등 모든 시설물을 이상없이 가동중이라고 밝혔다.
경남도는 시군별 피해현황 조사가 마무리되면 피해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남도는 태풍 피해에 대비해 일선 시·군 공무원을 재해 취약지역에 배치하고 경찰과 수해지역 민간기관과 합동으로 비상근무를 했다.
한편 도내 초·중·고교 564곳이 이날 하루 임시 휴업했다. 초등학교 354곳, 중학교 140곳, 고등학교 70곳이 등·하교 안전사고를 우려해 임시 휴업을 결정했다.
이홍구기자 red29@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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