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가해사실 학생부 기재 논쟁 유감
학교폭력 가해사실 학생부 기재 논쟁 유감
  • 경남일보
  • 승인 2012.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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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기오 (객원논설위원·경상대 사범대학장 겸 교육대학원장)

학교폭력은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신체적·언어적 폭력, 금품갈취, 따돌림, 강요, 성폭력, 사이버 폭력 등에 의하여 신체적·정신적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지난 3월부터 학교폭력 가해사실을 학생부에 기재하도록 했지만, 국가인권위원회는 교과부의 학교폭력 기재 및 도움카드 작성과 활용 등을 포함한 ‘2012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이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으므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전북·경기·강원교육청은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국가인권위 권고를 근거로 학교폭력 가해사실에 대한 학생부 기재를 거부하거나 보류하고 있다.

교과부는 국가인권위의 권고를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학교폭력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사항의 기록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강력한 예방효과를 가지고 있으며, 초기단계에서 학교폭력 기록 중간삭제 제도 등을 도입하는 것은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의 효과를 감소시킬 우려가 있어 인권위의 권고를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대학교육협의회는 교육청별로 각각 다른 학생부 기재방안에 따른 혼란을 줄이기 위하여 학교폭력 가해학생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지 않는 학교 명단을 각 대학에 배포하겠다는 입장이다. 학교폭력 가해학생을 학생부에 기재하지 않는 학교 명단은 교과부가 만들어 제공하고, 대교협은 각 대학이 내년도 신입생을 뽑을 때 이를 참고자료로 활용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교과부와 대교협의 이 같은 공조는 시·도교육청의 ‘기재거부’를 사실상 무력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국가인권위의 권고를 즉시 수용할 것을 교과부에 촉구하면서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방식을 전면 개정할 것을 촉구하는 공문을 발송했고, 학교폭력 가해학생 조치의 경중을 고려하여 기재범위를 최소화하고 초·중·고교별 기재범위를 재조정해야 한다는 내용도 지적하였다. 학교폭력 가해사실의 학생부 기재는 입시와 취업에 추가적인 불이익을 줄 수 있고 이중처벌 금지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는 인권제한 조치라며 이를 시행하려면 국회 입법을 통한 법률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9월 4일 개최될 전국 시ㆍ도교육감 협의회에 관련내용을 안건으로 상정하여 공동 대응방안을 추진하고 국회 교육위원들과 협의하여 법령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전북교육청은 특별성명을 내고 ‘폭력사실 기재는 성장하는 아이들의 삶에 영원히 지울 수 없는 낙인, 즉 주홍글씨를 새겨 넣는 반교육적 만행’이라고 지적하면서 교직원들은 ‘정중하면서 당당하게 교과부의 특감에 임해야 한다’고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교과부가 학생부 학교폭력 기재를 관철하기 위해 특별감사라는 또 다른 폭력을 동원하는 것은 선진 대한민국 교육행정과 거리가 멀다’고 맞서면서 인권위의 권고내용과 교과부의 결정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학생부 기재와 관련된 사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교과부는 전북교육청에 특별감사를 착수한 상태다. 교과부감사반은 23일부터 9일간 전북교육청에 학생부 작성관리 실태와 교과부의 지침이행 등에 대한 감사에 들어갔고 법령을 위반한 교장과 교사 및 시·도교육청 담당자에게 책임을 묻는 등 엄중 조치하기로 하였다. 학생부에 학교폭력 가해학생의 조치사항 기재를 보류하고 있는 경기도교육청과 강원도교육청에도 특별감사를 실시한다고 발표하였다. 학교현장에서 가해학생의 긍정적인 변화모습을 아무리 좋게 학생부에 기재한다고 해도 낙인효과가 완벽하게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고등학생의 경우 학생부에 기재되는 5년간은 개인의 일생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교과부는 현 시점에서 학교교육 현장의 목소리와 시·도교육청의 건의를 최대한 수렴하겠다는 입장을 취해야 할 것이며, 시·도교육청은 학생의 인권보호 측면과 교과부의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2012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의 근간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단위 학교에서는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충분한 검토과정을 통하여 가해자와 피해자를 가려서 처리해야 할 것이며, 학생부 기재사실로 인하여 결정적·누가적인 불이익이 초래되지 않도록 하는 학생 자신들의 인식과 태도의 대전환도 있어야 한다는 것을 권하고 싶다.

정찬기오 (객원논설위원·경상대 사범대학장 겸 교육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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