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온건파 아메노모리 호슈 기억해야"
"日 온건파 아메노모리 호슈 기억해야"
  • 연합뉴스
  • 승인 2012.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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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덕 교수, 아메노모리 한국어판 산문집 일본어로 번역

"韓日 대치하는 지금 아메노모리 호슈 기억해야" 아메노모리 산문집 한국어판 일본어로 번역하는 김시덕 교수

  "한국과 일본이 극단적으로 대치한 지금 18세기두 나라 사이를 중재하려고 노력했던 아메노모리 호슈(雨森芳洲)와 같은 온건파 인물에 주목해야 합니다."

 아메노모리 호슈(1668-1755)는 임진왜란 이후 경색됐던 조선과 일본의 우호관계회복에 힘썼던 일본 에도(江戶)시대 외교관이자 유학자다.

 일본어는 물론 조선어, 중국어 등 3개국어에 능통했던 그는 특히 조선에 관심이많았다. 부산의 초량 왜관에서 조선어를 배운 그는 경상도 사투리를 유창하게 구사했으며 직접 조선어 교과서를 쓰기도 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90년 일본 방문 당시 "아메노모리 호슈가 '성의와 신의의 교제'를 신조로 삼았다"고 언급, 일본 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소장 일본학자인 김시덕(37) 고려대 일본연구센터 HK연구교수는 28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아메노모리 호슈는 개방적 내셔널리즘의 선구자"라면서 "조선과 일본 양쪽을 중재하고 두 나라를 같이 이해하려고 노력한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김 교수는 아메노모리 호슈의 산문집 '다와레구사'를 한국어로 번역해 펴냈다. 한국어판 제목은 '한 경계인의 고독과 중얼거림'.

 이 책에는 조선의 풍습 등 조선에 대한 정보를 비롯해 자녀교육법, 음악론, 학문론 등이 담겨 있다.

 김 교수는 "그는 조선의 당파싸움을 비판하기도 하지만 조선인의 어학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하는 등 객관적으로 조선을 보려 했다"면서 특히 "'세상은 함께 사는 것'이라는 매우 현대적이고 국제적인 시각을 가진 인물이었다"고 평가했다.

 상대주의적이고 호혜평등적인 그의 사상은 '다와레구사'에 실린 글에 잘 나타나있다.

 "나라가 귀하고 천함은 그 나라에 군자와 소인의 많고 적음과 그 나라의 풍속이좋고 나쁜지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다. 중국에 태어났다 하여 뻐길 것 없고 오랑캐 땅에 태어났다 하여 부끄러워할 일 없다."(33쪽)

 김 교수는 "예나 지금이나 온건파보다는 강경파가 인기가 많은 게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지금과 같은 시국에서 (한일 양국에서) 강경파가 득세하는 때일수록 아메노모리 호슈와 같은 온건파 인물을 소개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한국어판 '한 경계인의 고독과 중얼거림'은 일본어로 번역돼 일본 독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인터넷을 통해 한국어판 출간 소식을 전해 들은 일본의 한 출판사가 김 교수에게 일본어판 출간을 제안한 것.

 한국어로 번역된 일본의 고문집이 다시 일본어로 번역되는 것은 거의 전례가 없는 일이다. '다와레구사'는 현대 일본어로 아직 번역되지 않은 상태. 일본어 번역은김 교수가 직접 맡을 계획이다.

 김 교수는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이 책을 번역했다고 소개했더니 일본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면서 "한국인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며 책에 실은 감상과 해제 부분까지도 일본어로 번역해달라고 요청해왔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다와레구사'에 이어 임진왜란을 기록한 서애 유성룡의 '징비록' 일본어판(1695)을 한국어로 번역하고 주석을 달 계획이다.

 그는 "임진왜란을 기록한 책 중 일본과 중국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책이 징비록"이라면서 "조선의 시각이 아닌 국제적 관점에서 징비록을 재조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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