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적 거세
화학적 거세
  • 경남일보
  • 승인 2012.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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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현 (경상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태풍 볼라벤에 이어 덴빈이 지나가기도 전에 전남 나주에서 고모(24)씨가 집에서 잠을 자고 있던 초등학생 A(7)양을 이불째 납치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고씨는 곧바로 A양을 300m 떨어진 인근 다리 아래로 데려가 잔인하게 성폭행했다.

최근 도로변 칼부림 사건 등 '묻지마 범죄', 전자발찌를 찬 성폭행범의 부녀자 살해, 나주 초등생 납치·성폭행 사건까지 지난달 18일 의정부역 흉기 난동사건을 시작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흉악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이외에도 '의정부역 칼부림', '중곡동 부녀자 살인', '술집 여주인 살해' 사건 등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흉기를 휘두른 이른바 '묻지마 범죄'와 성폭행 사건 등 흉악범죄가 지난달 18일부터 12일 사이 총 7건이나 발생했다.

실제로 최근 강력범죄는 증가추세다. 경찰청이 형사정책연구원과 공동으로 지난달 31일 발표한 '2011 범죄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강간·강제추행 등 성폭력 범죄는 1만9489건으로 2010년보다 1233건(6.7%)이나 늘었다. 폭력범죄도 31만1944건으로 1만9456건 증가했다.

정부는 성관련 범죄가 잇따름에 따라 내년부터 성범죄 대책을 크게 강화, 논란이 돼 온 ‘성범죄자 대상 성충동 약물치료(일명 화학적 거세)’를 내년 7월부터 실시하기로 했다.

2011년도 법무부 주요 업무계획에 따르면 내년 7월 24일부터 성범죄자 대상 성충동 약물치료가 실시된다. 정부의 화학적 거세 시행은 지난 6월 국회에서 ‘성폭력 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된 것에 따른 것이다.

화학적 거세란 호르몬 치료의 한 방법으로 성충동의 근원인 ‘테스토스테론’이라는 남성호르몬을 줄이는 것이다. 테스토스테론은 시상하부, 뇌하수체, 고환 등을 거쳐 분비되는데 테스토스테론의 길 중 어느 한 부분을 약으로 막아 성충동을 원천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현재 미국, 캐나다, 유럽 등지에서 시도하고 있다.

범죄자의 나이 만 19세 이상으로 16세 미만의 어린 사람을 대상으로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시도한다. 상습 성폭력 범죄자뿐 아니라 초범자도 치료명령 대상이 된다.

법무부는 “이러한 우려 때문에 부작용이 적은 졸라덱스와 같은 전립선암 치료제를 치료약물로 고려하고 있다”며 “또 자기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는 성도착증 환자에게 약물을 투입하는 것은 형벌이 아닌 치료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력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기관들은 앞다퉈 대책을 쏟아냈다. 그러나 강력 범죄자들이 이를 비웃듯이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그만큼 정부기관의 대책에 대한 실효성 문제가 언제나 도마에 오르고 있는 이유다. 이번 여의도 칼부림 사건과 나주 초등생 성폭행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경찰은 또다시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이번 대책은 예전과 비교해보면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나같이 많이 들어본 대책들이다. 강력범죄가 터질 때마다 경찰이 내놨던 대책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을 뿐이다. 우범자 밀착관리, 전담인력·예산확보, 전담수사팀 신설이라는 공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특히 전담수사팀을 신설해 강력범죄에 대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국민들의 치안 불안감을 떨쳐내기란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언제 흐지부지 없어질지 모르는 땜질식 처방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살인, 성폭행 같은 강력범죄가 늘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피부로 느끼기 전부터 안고 있던 사회구조적 문제가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고 그들에 대한 사회적 배려와 안전망 구축이 없이는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기대하기 힘들다.

범죄가 발생한 후에 땜질식 처방보다도 지속적인 연구와 전문가들을 동원해서 강력범죄는 한사람의 피의자만의 문제가 아니고 범사회적인 차원에서 대응책을 모색하고 우리 사회가 양산한 이들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을 체계적인 시스템을 마련하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

황수현 (경상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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