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꼴
닮은 꼴
  • 경남일보
  • 승인 2012.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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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식 (진주 선학초등학교 교장)

“아이구! 우리 아가, 누굴 닮아 이렇게 예쁠까?” “누굴 닮겠어요. 절(엄마) 닮았지요.” “나는(아빠)?”

닮아서 가장 예쁜 상대는 자기 자녀가 아닐까? 부모와 자녀는 당연히 서로 닮는다. 하다 못해 발가락이라도. 몸을 구성하는 유전인자가 같기 때문에 닮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자녀가 그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유가 자신을 닮아서라면 결국 우리는 자기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셈이다.

부부는 서로 닮는다고 한다. 그러나 몇 십년을 같이 산다고 해서 음식이나 취미는 닮을지 몰라도 모습이 서로 닮게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부부가 닮는 것은 어쩌면 자신을 좋아하는 인간의 본성이 처음부터 자신과 닮은 꼴을 찾기 때문일 것이다.

교사로서 첫 발령을 받은 학교에서 3학년을 맡았다. 쉬는 시간에 반 학생들에게 심부름을 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한 번은 문방구 주인아저씨가 정 선생은 자기 닮은 학생에게만 심부름을 시킨다는 말을 듣고, 교실에서 오늘 심부름한 학생의 얼굴을 자세히 보니 정말 많이 닮았다. 교육적인 면까지 생각지 못한 초년교사는 본능적으로 자신과 닮은 아이에게 심부름을 자주 시켰던 것이다. 

그러면 자신의 닮은 꼴인 자녀교육은 어떻게 해야 할까. 닮았다고 해서 자신과 똑같은 길을 걷게 할 것인가. 모습이 닮았다고 해서 그 아이의 소질이나 꿈도 똑같다고 할 수 있을까. 엄마·아빠가 원하는 그런 아이가 착하고 훌륭한 아이일까. 아이는 집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도 약자다. 특히 집에서는 부모가 꼭 어떻게 하라고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한다. 부모는 억지로 하라고 한 적은 없는데 어떻게 그렇게 잘할까. 아이는 본능적으로 부모가 원하는 걸 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부모가 기뻐하는지도 안다. 따라서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도 알아서 잘한다. 혹 부모들은 자신이 원해서 한 일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절대적인 약자 입장에서는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부모는 나를 닮은 아이가 나와 같은 길을 가거나 부모가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아이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약자의 입장에서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자세히 살펴보고 진정으로 아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래서 그걸 함으로써 아이가 행복할 것인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처럼 우리는 서로 닮은 사람을 찾아 같이하려고 애쓴다. 아마도 닮은 사람과 같이하면 서로가 편안하고 안전한 보호망이 되고 나를 위한 기회가 더 많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그러할 것이다. 그래서 같은 핏줄을 타고난 사람, 고향이 같은 사람, 같은 학교를 다닌 사람,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을 찾는다. 발전이라는 덫에서 벗어나 참된 행복을 찾으려면 같은 생각을 갖고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닮은 꼴과 함께 노력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정호식 (진주 선학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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