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지사의 조건
경남도지사의 조건
  • 경남일보
  • 승인 2012.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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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객원논설위원·수필가)

공석중인 경남도지사 자리를 두고 자천타천 하마평이 무성하다. 경남지사직은 김혁규 전 지사가 총리 하마평과 함께 집권 여당쪽으로 당적을 옮기면서 중도사태한 이후 김태호 지사도 총리를 내락받고 중도사퇴했다. 야권에서는 처음으로 경남지사에 오른 김두관 지사마저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로 나서면서 지사직을 사퇴, 내리 3대째 지사가 중도사퇴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로 인해 오는 대통령 선거와 함께 경남지사의 보선이 실시된다.

경남지사직을 두고 행정관료와 정치인, 지자체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번 지사선거를 대통령 선거의 러닝메이트로 보고 비중 있는 인물을 공천하기로 하고 인물 고르기에 부심하고 있다고 한다. 야당도 김두관 전 지사의 후광을 입고 야권을 대표할 수 있는 인재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굳이 막대한 선거비용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번 지사선거는 경남도민에게는 더 이상 임기를 마치기 전 보궐선거가 재연되어서는 안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경남지사가 중앙정치에 진출하거나 대선후보로 나서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그로 인한 지방행정의 공백이 재연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지사의 중앙정치 진출은 지금까지의 중도사퇴로 족하다는 것이다. 적어도 이번 지사는 지역민의 애환을 함께하고 어둡고 그늘진 곳을 보살피며 지역의 균형발전을 꾀하는 실무형 지사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목민심서의 한 구절처럼 ‘겸손은 사람을 머물게 하고 칭찬은 사람을 가깝게 하고 넒음은 사람을 따르게 하고 깊음은 사람을 감동케 한다’는 말에 충실하면서 권력지향적이 아닌 지사를 바라는 것이다. 제퍼슨의 말처럼 모든 권력은 인민에게서 나온다는 사실을 명심하면서도 ‘꽃이라도 십일홍이면 봉접도 아니온다’는 우리의 속담을 금과옥조로 삼고 지사직에만 충실하는 인물을 도민들은 원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새로 뽑히는 지사는 지나치게 정치적이거나 중앙정치 지향적 인물은 배제되어야 한다. 이미 정치의 단맛과 쓴맛을 경험하고 총선공천에서 배제된 사람이 연고가 경남이고 거물급이라는 이유로 낙하산을 타고 공천대열에 나서는 것을 배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미 권력의 맛에 길들여 있고 중앙정치의 위력을 경험해 경남지사직을 또다시 도약의 발판으로 삼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도민들이 바라는 지사는 실사구시(實事求是)형이다. 도민들이 바라는 바를 몸으로 체험하고 정치력보다는 행정력을 갖춘 인물을 원한다. 지역의 균형발전을 꾀하고 권력 바라기를 하지 않으면서 전시행정보다는 오늘날의 트렌드를 직시하는 인물을 말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서부경남의 실정을 잘 알고 배려할 수 있는 인물이면 금상첨화다.

각 정당의 공천도 이 같은 기준에 부합되어야 함은 불문가지(不問可知)이다. 지나치게 표를 의식한 나머지 정치적 인물을 내세워서는 안된다. 이는 도민들의 정서를 외면하는 것이고 표를 얻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지역여론에 충실하여 부합되는 인물을 공천하는 치열한 검증이 필요하다. 정치적 계산은 바라지 않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경남도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산적해 있다. 미래의 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하는 문제도 도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중앙집권적 권력구조를 지방위주로 돌려 놓고 사양화의 길을 걷고 있는 굴뚝산업과 중공업 위주의 산업구조를 개편해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번 도지사 선거는 매우 중요하다. 이제는 유권자들이 나서야 한다. 인기위주의 인물보다는 지방행정에 능력이 있는 인물을 골라야 한다. 거창한 담론보다는 먹고사는 문제, 삶의 질에 대한 문제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이다. 지사직은 결코 권력이 아니라는 사실에 집중하면 답은 나온다. 웅도 경남의 미래가 유권자들의 손에 달려 있다. 권력과 명리는 가까이 하지 않는 자가 깨끗하고 가까이 하더라도 물들지 않는 자가 깨끗하다는 채근담의 말에 부합되는 사람이라면 그가 곧 지사직에 적합한 인물일 것이다.

변옥윤 (객원논설위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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