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도시 통영’ 사업 선정과 거점국립대의 역할
‘인문도시 통영’ 사업 선정과 거점국립대의 역할
  • 경남일보
  • 승인 2012.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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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기 (국립경상대학교 총장)

지난 8월 말 한국연구재단의 ‘2012년도 시민인문강좌 지원사업’에 경상대학교 인문학연구소가 제출한 과제가 선정된 것은 앞으로 경상대의 역할에서 많은 시사점을 제시한다.

첫째, 이번에 선정된 대형사업은 경상대의 ‘지속가능한 인문도시 통영’과 경기대의 ‘21세기 실학, 시민인문학 발원지로서 수원’과 함께 단 2개다. 엄밀히 말하자면 서울ㆍ경기 등 수도권을 제외하면 전국에서 유일하게 선정된 셈이다. 우리나라 실학의 태두 다산 정약용 선생이 건설하여,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는 수원화성이 갖고 있는 역사성ㆍ인문학적 가치는 더 많은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번 사업 선정으로 인문도시로서 ‘통영’이 수원에 못지않은 기능과 가치가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는 것은, 우리 지역민들에게는 자긍심을 심어주고 전 국민들에게는 새로운 관심을 환기시켜 줄 계기가 될 것이다.

둘째, 인문학 관련 특성화 분야로 ‘남명학’ 연구에 집중해 온 경상대가 ‘통영’이라고 하는 경남의 새로운 아이콘에 주목한 점이다. 통영은 300여 년 간 찬란한 통제영문화를 꽃피운 곳이다. 세병관ㆍ충렬사ㆍ제승당 등 유서 깊은 역사유적과 전통문화예술을 간직하고 있는 예향이다. 유치진ㆍ유치환ㆍ박경리ㆍ윤이상ㆍ전혁림 등 많은 문화예술인을 배출했다. 통영국제음악제, 윤이상 국제음악콩쿠르, 박경리 기념관, 청마문학관, 윤이상 음악공원, 전혁림 미술관 등 인문도시 사업과 관련하여 활용가능한 문화교육 인프라가 넘쳐나고 빼어난 자연환경이 도처에 늘려있다. 이 많은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활용해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역할이 거점국립대에 주어졌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단기적인 성과를 나타내기 힘든 ‘기초학문의 육성’이라는 소명을 안고 있는 거점국립대가 정부의 지원과 지역의 문화교육 인프라를 활용해 인문도시 통영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셋째, ‘인문도시 통영’ 사업은 한때 떠돌던 ‘인문학의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인문학은 문학ㆍ역사ㆍ종교ㆍ철학에 관한 학문이다. 즉 인간을 연구하되 결국은 인간을 위하는 학문이다. ‘인문도시 통영 사업’은 ‘인문 강좌’, ‘인문 체험’, ‘인문 축제’와 같은 세부 사업을 통해 쓰러지고 상처 입고 아파하는 이들에게 스스로 삶을 성찰할 수 있도록 이끄는 장을 제공할 예정이다.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통영은 인문학의 위기가 아니라 인문학이 어떠해야 하는지 그 전범을 보여줄 명소로 발전시켜야 한다. 

넷째, ‘인문도시 통영’ 사업이 선정되는 과정에는 경상대 인문학연구소가 오랫동안 공들여온 노력이 큰 역할을 한 것은 물론이지만, 통영시와 통영지역 국회의원의 역할도 매우 컸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학 교수 몇 사람의 노력으로는 인문학 분야 대형사업을 감당하기 어렵다. 이 사업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한 통영시와 국회의원의 깊이 있는 이해와 발전전망에 대한 대안 제시 등은 대학과 지역사회가 어떻게 상생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그동안 경상대 인문학연구소가 통영지역에서 다양한 인문학 강좌를 열어온 것도 시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은 것임은 물론이다.

다섯째, 이번 인문도시 사업으로 통영시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호기를 맞이했다는 것이다. 시는 이미 2005년 10월 유엔대학으로부터 토론토ㆍ바르셀로나 등에 이어 세계 8번째, 국내 최초로 유엔지속가능발전교육센터로 지정받아 지속가능 발전교육 프로그램의 개발과 운영을 선도적으로 수행해 오고 있다. 여기에다 역사유적지, 문화 관련 시설, 다도해를 이루는 여러 섬들 및 통영지역 초·중·고생과 대학생, 시민이 함께 연결되는 인문도시 사업을 통해 통영시는 학문적 전통과 인문적 교양 그리고 역사성이 함께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관광도시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커진 것이다. 대학이 대학 스스로만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이 위치한 도시와 함께 커가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예전에, 세계 3대 미항(美港)을 외우던 시절이 있었다. 이탈리아의 나폴리, 호주의 시드니, 브라질의 리우 데 자네이루가 그것이다. 우리는 통영을 한국의 나폴리로 부르기도 했다. 그만큼 아름다운 항구도시다. 그러나 통영시가 단순히 아름다운 항구를 넘어 인문학적 상상력과 자산, 그리고 스토리가 넘치는 인문학의 등댓불을 밝히는 항구도시로 거듭나는 건 지금부터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경남을 대표하는 거점국립대학교인 경상대와 통영시, 지역민의 지속적인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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