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공휴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안
한글날 공휴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안
  • 경남일보
  • 승인 2012.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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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이듬해인 1946년 정부는 한글 반포 500돌을 맞아 10월 9일의 한글날을 공휴일로 정했다. 한글날이 공휴일에서 제외된 것은 노태우 정권 시절이던 1991년이다. 그 당시 재계에서 10월에 공휴일이 너무 많아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을 내놓자 총무처(현 행정안전부)는 법정 공휴일 축소를 위해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제외시키면서 단순한 기념일로 바꿨다. 이후 2006년에는 그 위상이 국경일로 올라갔으나 여전히 공휴일에서는 제외돼 있다.

지난 2009년 한글주간에 조사한 한글날 여론조사에서 일반 국민 1500명 중 68.8%가 ‘한글날을 다시 공휴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에 찬성했고, ‘반대’ 10.5%, ‘잘 모르겠다’ 응답이 20.7%였다. 하루 경제 손실이 절박한 대기업과 소상공인들도 그들의 아들딸이 얻게 될 자존심과 경제적 이익을 생각한다면 흔쾌히 한글날의 공휴일 지정에 반대 의견을 접으리라 생각한다. 당시 노 대통령의 의중을 알아차린 총무처의 주도로 한글날이 공휴일에서 제외됐다. 그해 달력에 유독 빨간 날이 많았다는 것이 빌미였다. 당시 이어령 문화부장관이 강력하게 반대의 뜻을 밝혔으나 하도 졸속으로 처리됐기에 그해 시행을 결정하고도 혼란이 커 이듬해부터 시행됐다. 말하자면 한글날의 공휴일 폐지는 시장논리에 매몰된 결과다.

최근 확산일로에 있는 한국어 열풍과 우리나라 드라마, 영화, K-팝, 강남스타일 등 ‘한류’ 바람이 불면서 한글의 위상이 점점 올라가고 있다. 이제 한글에 대한 인식을 저변에 확산시키기 위한 한글날의 공휴일 부활이 절실하다. 실제 언어폭력 등이 사회문제화되면서 공휴일에서 제외된 한글날을 다시 재지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최근 들어 높아지고 있다. 여기다 영어 등 외국어 열기의 확산으로 한글이 혼탁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글날이 언제인지 아는 국민의 수가 급감하고 있는 사실과 더불어 한글날의 공휴일 지정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현안임을 말해주고 있다. 영국 다큐멘터리 작가 존 맨은 한글은 모든 알파벳의 꿈이라고 했다. 한글학회 진주지회가 566주년 한글날을 맞아 한글에게 미안하지 않은 한글날을 만들자는 것은 해마다 한글날이 되면 한글 사랑을 외쳐 왔지만 올해는 그 마음과 의미가 남달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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