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학수 (수필가·산청문화원 향토문화연구소장)
그런데 관중은 욕심 많고 비겁한 나머지 죽음의 지경에 이르렀을 때 친구인 포숙의 도움으로 겨우 죄를 모면해 끝내는 고관대부의 자리에 올랐다고 한다, 그렇지만 포숙이 곤궁한 처지에 처했을 때에는 관중이 능히 구할 수 있었는데도 방심하여 결국에는 억울하게 죽었다는 것이다. 버스 지나고 나서 손 들어봤자 헛일이고, 엎질러진 물은 되담을 수 없다. 그 뒤 관중은 친구를 살리지 못한 회한을 담아 나를 낳은 사람은 부모지만 나를 알아주는 사람은 포숙아라고 자탄한 술회가 너무도 유명하다.(生我者父母 知我者鮑叔也)
살다보면 정이 차츰차츰 떨어지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많이 가는 친구가 있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릴 때의 동네 친구와 학교 친구, 커서의 사회 친구와 직장 친구가 따로 있게 된다. 에머슨은 아버지는 보물이요, 형제는 위안이며, 친구는 보물이요 형제라고 했으니, 진정한 친구를 얻는 방법은 스스로 친구가 되는 것이라고 하였다. 흔히 말해서 지갑을 열어서 펑펑 쓸 때에는 친구가 많아도, 다 먹고 다 마신 뒤에는 소원하고 멀어지는 것이 야박한 인간의 속성인 것이다.
요즈음 인정 없는 무리들이 판을 치는 각박한 세상이다. 네편 내편 갈라져서 물고 뜯는가 하면 사불여의하면 이웃과 친구의 우정은커녕 너를 죽이고 내가 사는 끔직한 현실이다. 익자삼우(益者三友)요 손자삼우(損者三友)라는 말이 실감난다. 정직하고 신의가 있으며 성실하고 견문이 넓은 사람을 벗하면 이익이 되고, 한쪽으로 치우쳐서 간사하고 아첨하며 말만 앞세우고 실천하지 않는 사람을 친구로 삼으면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회초리를 들면 때리고 싶고, 칼자루를 잡으면 휘두르고 싶으며, 권력을 맛보면 재삼 욕심이 생긴다. 선현들이 자연을 벗 삼으며 음풍농월하고, 고산이 오우가(五友歌)를 노래한 것도 역시 인간의 위선과 간교함을 비꼬면서 변함없는 우정을 강조한 말이다.
/허학수 (수필가·산청문화원 향토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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