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운스님 (천진복지재단 이사장)
이제 아침저녁으로 제법이나 쌀쌀해져 여름내내 발로 차내 찬밥 신세였던 홑이불을 더듬어 몸에 감는다. 그 뜨거웠던 뙤약볕도 자연이 주는 이치 앞에는 꼼짝 못하나보다.
휴대폰의 진화처럼 급변하는 시대에 따라 변하는 사랑의 표현방식도 많이 변화되었다. 눈부시게 산업화가 진행되고 아이스크림과 같은 달콤한 맛이 우리의 입맛을 바꾸었을 뿐더러 서구 사회에서 가족끼리 나누는 사랑한다는 말, 포옹, 입맞춤에 대한 감각 등은 근대화가 덜 이루어진 한국 사회에 발 빠르게 들어앉게 되었다. 자유로운 표현을 방해하는 수줍음, 쑥스러움 같은 감정은 어느새 촌스럽거나 바람직하지 못한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가부장제적 사고에 젖은 아버지들은 이런 표현방식에 적응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사랑한다고 거리낌 없이 말하는 것 자체가 마치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인 것처럼 인정받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 세대는 사랑하는 남녀가 서로 사랑한다는 말을 대놓고 하는 것을 낯간지럽고 부끄럽게 생각하였다. 이제는 사랑한다는 말이 흘러넘쳐 광고카피까지 점령하는 것을 보면 실로 서구화의 흔적이 느껴진다.
또 하나의 태풍 ‘산바’가 우리나라를 노려보고 있다고 한다. 이제 손 안의 똑똑한 그 놈을 사용해서 멀리 계시는 부모님이 태풍으로 자식 걱정하시지는 않는지, 피해는 없었는지 멀리 있지만 마음만은 가까이에서 부모님을 걱정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마음의 문자 한 통 지금 보내드리자.
보운스님 (천진복지재단 이사장)
저작권자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