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기 때 자료…예수, "나의 처"라는 표현 사용
예수가 "나의 처"라는 표현을 쓴 고대 파피루스 조각이 발견돼 예수의 결혼 여부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고대 이집트의 콥트어로 기록된 이 문서 조각에는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시기를 '나의 처…'"라는 말이 들어 있다.
명함보다 그다지 크지 않은 3.8㎝×7.6㎝ 크기에 네 단어가 적힌 이 조각은 4세기 때의 것으로 그 존재가 이번에 처음 알려졌다.
미국 하버드대 신학대학원의 카렌 킹 교수는 이 파피루스를 해독하고 18일 로마에서 개최된 학회에서 그 존재를 발표했다.
기독교 역사 전문가인 킹 교수는 예수가 부인이 있음을 명시적으로 언급한 발언을 인용한 고대 문서로는 이 문서가 유일하다고 밝혔다.
킹 교수는 이 문서가 "내 처"라고 예수가 말한 대목이 있는 대화의 일부를 기록한 것이며 예수는 마리아를 "내 처"로 지칭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파피루스가 아마도 그리스어로 쓰인 2세기 복음서를 필사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킹 교수는 "기독교는 전통적으로 예수가 결혼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으나 그를 뒷받침할 믿을만한 역사적 증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킹 교수는 "이 파피루스에 들어 있는 예수의 가르침은 예수가 결혼했다는 사실을 증명하지는 못하며" 다만 기독교인의 결혼과 가족 문제를 얘기한 것으로 "(예수의 결혼 여부) 문제가 온통 성과 결혼에 대한 열띤 토론의 일부로 나타났을 뿐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대화에서 사도들은 마리아가 훌륭한지를 토론하고 있으며 예수는 "그녀는 나의 사도일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밝혔다.
킹 교수는 "처음부터 기독교인들은 결혼하지 않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의견을 달리했다"면서 "예수가 사망하고 나서 한 세기가 지난 후 이들은 자신의 입장을 내세우기 위해 예수의 결혼 여부 문제를 들고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파피루스는 일부 초기 기독교인들이 예수가 결혼했다고 믿었음을 보여주는 첫 자료라고 킹 교수는 평가했다.
뉴욕 소재 고대세계연구센터의 로저 백놀 소장은 킹 교수가 '예수 부인 복음서'라고 이름 지은 이 파피루스 조각이 진품인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파피루스의 진품 여부에 대한 추가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며 특히 잉크의 화학 성분 조사가 주목되고 있다.
이 파피루스는 민간인 컬렉터가 소장한 것으로 이집트나 시리아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컬렉터는 킹 교수에게 파피루스의 해독을 의뢰했다.
킹 교수는 예수가 결혼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대두하기 시작한 것은 서기 200년께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트로 알려진 신학자를 통해서였다고 밝히고 이 파피루스는그 시대의 일부 다른 기독교인들은 예수가 결혼했음을 주장하고 있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가톨릭교회는 예수가 결혼하지 않았음을 설파하고 있지만 예수가 결혼했다는 주장은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2003년 출판된 댄 브라운의 베스트 셀러 '다빈치 코드'는 예수가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해 아이까지 뒀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많은 기독교인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미국 켄터키주 윌모 소재 애즈베리 신학교의 성서학자 벤 위더링튼 3세는 이 파피루스가 2세기와 3세기, 4세기의 초기 기독교 시대 신비주의적 이단 기독교인 그노시스교의 문서 형태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노시스교 텍스트에서는 이른바 자매-부인 텍스트로 불리는 풍습을 볼 수 있으며 이 풍습에서는 한 여신도가 함께하는 다른 사람들과 어떤 성관계도 없이 이들을 위해 음식 준비와 청소 및 기타 집안 일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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