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저수지를 찾아서〈4>거창 가북저수지
경남의 저수지를 찾아서〈4>거창 가북저수지
  • 이은수
  • 승인 2012.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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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용수 공급원서 자연 자원으로 거듭나

 

사진=황선필기자

 

거창군 가북면에 위치한 가북저수지는 지리산과 덕유산, 가야산 등 백두대간 명산에 둘러싸여 있다. 특히 풍치가 좋아 한적한 시골계곡에 펼쳐져 있는 저수지 주변을 따라 맑고 깨끗한 공기를 접할 수 있는 특색을 자랑하며 대한민국 대표저수지 100곳에 선정되기도 했다.

가북저수지는 1982년에 준공되어 30여년간 가조면 일대에 농사의 젓줄인 농업용수를 공급하며 거창군 농업분야의 대표적인 명소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자연자원으로서의 가치도 아주 높다. 최근 정부의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와 연계하여 한국농어촌공사 거창·함양지사에서 ‘가북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데 금년 연말에 완공 예정으로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3년 가까운 대역사를 통해 웅장한 산중호수로 탈바꿈하면 관광객 유치 등 지역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가북저수지 대역사의 현장

태풍이 지나고 화창한 가을 날. 곡식이 노랗게 물들어 가는 정겨운 들판을 지나 가북저수지에 다다랐다. 마치 용이 비상하는 것처럼 고지대를 향해 길게 이어진 저수지를 둘러 보았다. 주변의 크고작은 산들은 호수를 병풍처럼 포근하게 감쌌다. 저수지 위는 밤낮의 일교차에 오미자가 빨갛게 익어가고 고냉지 배추농사를 짓는 마을도 눈에 띄었다. 농민들은 연이은 태풍에 지역의 특산물인 사과가 직격탄을 받아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은빛 호수에 머무는 푸른 하늘을 보면 산하는 더없이 여유로워 보이지만 이따금씩 자연의 역습을 통해 인간의 연약함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마침내 제방위에 섰다. 현장은 여느 저수지와 달랐다. 호수에 바람이 세차게 불었으나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작업에 여념이 없다. 미래를 대비하는 대역사가 전개되고 있었다.

한국농어촌공사 거창·함양지사는 지난 2010년 3월부터 ‘가북저수지 둑높이기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총사업비 278억 9000만원에 현장에 투입된 인원만 연 1만5000여명, 굴삭기 등 장비 2880여대를 동원해 댐길이 164m, 높이 49m의 초대형 저수지로 재탄생하고 있다. 골짜기에는 정적을 깨고 간간이 바위를 깨는 폭발음이 들렸다. 둑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저수지를 순환하는 둘레 길을 만들고, 주차장 부지, 수목식재, 연결도로 건설, 저수지 아래 수변공원 조성 등 명소화 사업의 일환으로 관광자원화 하기위한 노력들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가북저수지 둑높이기사업은 용수량 299만7000㎥을 추가 확보해 저수량이 총787만6000㎥로 당초보다 1.5배 이상 늘어나는 효과를 가져오기에, 가뭄을 염려하는 농민들에게는 단비같은 사업이 아닐 수 없다. 올해는 볼라벤과 덴빈이 연달아 한반도를 강타하며 물폭탄을 뿌렸다. 하지만 가북저수지는 빗물을 흡수하며 하천의 범람 및 유실을 막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또 연중 안정적인 물을 공급해 풍년농사를 예약하는 것은 물론 그동안 어려움을 겪었던 하천관리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적한 시골계곡 봉우리에 누워있는 미녀

대구에서 88고속도로를 타고 광주방향으로 40여 분을 달리다 살피재 건너편으로 보면 오똑한 콧날의 여인이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리고 볼록한 배위에 손을 가지런히 얹어 반듯하게 누워있는 형상을 볼 수 있다. 바로 문재산 미녀봉이다. 전설에 의하면 미녀봉 아래 마을에 사는 효심어린 처녀가 오랫동안 병을 앓고 있는 어머니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마을 뒷산에 있다는 신기한 약초를 구하러 갔다. 산 정상에서 약초를 발견하고 이를 캐려는 순간 처녀는 독사에 물려 그 자리에서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죽은 처녀는 바위가 되었고 그 바위는 신기하게도 죽은 처녀의 모습이 돼 지금까지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 슬픈 전설이 있다.

◇주변에 온천까지 웰빙 산행지 손색없어

미녀봉의 긴 머리카락을 멀리서 쓸어내리며 가조 IC를 빠져 나오면 일본 황실 조상의 고향신화가 전해지고 있는 소머리 형태의 우두산이 모습을 드러낸다. 거창은 우두산을 비롯해 금원산, 기백산, 비계산 등 풍광 좋은 산들이 많이 모여 있다. 특히 우두산(1046m)은 주변에 온천까지 끼고 있어 웰빙 산행지로도 손색이 없다. 우두산 입구 주차장에서 오른쪽으로 계곡을 끼고 산행길이 시작된다. 고견사에는 의상대사에 얽힌 전설이 내려오는데 고견사 동쪽 산허리에 있는 굴에서 의상대사가 수도를 했다고 전해진다. 폭포, 은행나무, 쌀굴은 고견사 3대 명물로 통한다. 우두산은 모두 아홉 봉우리로 이뤄져 있는데 의상봉이 주봉이다.

정상에서는 백두대간의 장엄한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야산과 덕유산, 지리산 등 명산의 능선들이 저마다 웅장한 산세를 뽐내고 있으며, 산 아래 펼쳐져 있는 가조들판의 황금들녘은 한폭의 거대한 동양화를 그려 놓은 듯 하다. 산행 후에는 가조온천에서 피로를 풀 수 있다. 유황이 들어 있어 물이 아주 매끄럽고 피부도 뽀송뽀송 해진다는 가조 온천에 들러 몸을 담그면 산에 올랐던 피로가 절로 풀린다. 야외 온천탕에서 바라본 슬픈 전설을 간직한 미녀봉과 큰바위 얼굴을 하고 있는 비계산의 운치는 온천욕 중에 또 다른 볼거리로 다가 온다. 가조는 땅이 상당히 넓고 분지로 이루어져 있으며 정감록에 의하면 가야산 만수동 한양 조씨 천년도읍지라고 기록돼 있어 고대부터 살기 좋은 곳으로 정평나 있다. 일정을 마치고 가조면사무소 맞은편 고깃집에서 담백한 돼지고기 수육과 함께 고기와 갖은 양념을 넣은 김치찌개로 속을 든든하게 채웠다. 식당은 손님들로 넘쳐났다.

◇낙후된 농촌마을에 새로운 활력 기대


주변경관이 수려하고 하류부가 계곡으로 이어져 자연적인 풀장이 형성된 곳이 많아 가족단위 야영 장소가 많으며, 시원한 바람과 계곡의 찬물로 인하여 모기가 없어 야영장으로 안성맞춤이다. 특히 저수지 둑높이기사업은 농업용수 확보 뿐만 아니라 남는 물은 가뭄시 하천으로 흘려보내 환경용수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전국에서 3개 밖에 없는 가북저수지의 모닝글로리(나팔형 여수토 또는 물넘이)는 거창의 관광자원으로 활용 가능하고, 더불어 수변공원개발이 연계 추진되어 순환산책로, 간이 쉼터 등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이용공간을 복합적으로 조성하고 있다. 650kw의 소수력발전소를 설치하여 수력발전 후 농업용수로 활용함으로써 단지 수자원 확보 목적뿐 아니라 환경친화적 에너지를 개발하고 지역사회의 관광산업 활성화를 통해 낙후된 농촌마을의 질적, 양적 발전도 병행함으로써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수자원 개발에 국가적인 관심 아쉬워

가북저수지, 미녀봉, 우두산, 가조온천을 거쳐 88고속도로를 타고 대구방향으로 달리면 1200년의 역사를 간직한 합천 해인사로 역사속 기행을 할 수 있다. 2013년 9월 27일부터 45일간 팔만대장경 축제가 열리니 이 기간을 이용한다면 더욱 알찬 여행이 될 것이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것은 가북저수지를 따라 설치된 군도 6호선의 마지막 종점인 개금마을에서 직선거리 4km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은 해인사는 가깝지만 먼 곳이라는 점이다. 이종성 지사장은 “해인사 종단과의 이해관계로 아직 연결되지 않은 군도 6호선이 개통된다면 가조∼가북저수지∼해인사를 연결하는 천혜의 관광루트가 만들어지게 되어, 산수유람과 함께 역사속 기행을 할 수 있는 전국적인 관광명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글=이은수기자·사진=황선필기자

 

가북저수지 둑높이기사업 진두지휘

이종성 한국농어촌공사 거창·함양지사장

“덕유산, 가야산의 수려한 풍광과 지역내의 명승지 등을 활용한 수자원(저수지 등) 개발에 역점을 두고 치산치수 정책에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가북저수지 둑높이기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종성 한국농어촌공사 거창·함양지사장은 돌풍이 부는 대역사의 현장에 서서 막바지 점검을 하며 성공신화를 확신했다.

가북저수지는 수백억원을 투입해 3년 가까운 대공사를 통해 산중호수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지역개발과 연계한 저수지 명소화사업도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최근 이상기후로 인해 가뭄의 주기가 통계학적으로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 빈발함에 따라 이를 예방하기 위해 수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저수지 둑 높이기사업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 지사장은 “4대강사업의 일환인 가북저수지 확대사업은 용수량 299만7000㎥을 추가 확보하여 저수량이 총787만6000㎥로 당초보다 1.5배 이상 늘어나는 효과를 가져와 항상 가뭄을 염려하여야 하는 농민들에게는 단비와 같은 사업이 아닐 수 없다. 연중 맑은 물을 흘려보내 생태를 복원하고 홍수조절과 저지대 농경지 침수 방지로 재해예방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풍부한 자원을 활용한 수자원을 더 많이 개발하여 물을 국가의 자원으로 확보하는 것이 물부족 국가로서의 당연한 책무이고 미래에 가장 큰 자산이 될 것”이라며 “가뭄과 홍수 등 재해방지, 친환경개발로 수질개선을 통한 수생태계 보존, 수변문화복합공간 조성으로 주민의 삶의 질 향상 등 미래형 농어촌 건설에 기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지사장은 끝으로 “국가예산의 균형적인 조정이 크게는 정치적으로, 작게는 지역적 정서에 막혀 국가예산이 골고루 집행되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며 “지금은 수자원 개발에 힘써야 될 시점이다. 저수지의 기능이 점차 다양화 되고, 그 과정이 분명하다. 농업용수 공급의 틀에서 전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되새겨야 할 때”라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글=이은수기자·사진=황선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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