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륜현·(경남대학보사 편집국장)
시간이 멈춘다. 그냥 그 자리에 멈춰 서서 흘러가는 시간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누군가의 시간이 멈춘다는 건 어떤 걸까. 멈춰버린 시계를 보면서 생각했다. 시계는 멈췄지만 시간은 흐르고 있다고. 그렇다면 시간이 멈춰버리면 어떻게 되는 걸까.
이것은 그의 시간이 멈춘 것일까, 나의 시간이 멈춘 것일까. 그의 죽음으로 그와 함께할 수 있는 나의 모든 것들이 제자리에 놓였다. 그가 삶을 살 수 없게 됨으로써 그의 시간은 다신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시간이 멈추었다고 하기엔 죽은 이에게 시간이란 개념을 적용시키는 것이 옳은가 싶다. 그렇다면 결국 그의 별세로 시간이 멈춘 것은 그의 시간을 더 이상은 할애할 수 없게 된 내가 아닐까. 어느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누구의 시간이 멈춘 것인지가 달라진다. 하나, 둘 중 누군가의 혹은 둘 다의 시간은 결국 멈추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시간이 멈출 경우 모든 것이 멈춰 버린다. 사람도, 동물도 마치 시간이 흐르지 않는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멈춘 그 시간 속에는 정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걸까. 묶여버린 시간의 흐름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걸까. 멈춰버린 시간의 세계에 그는 더 이상 나와 새로운 무언가를 함께할 수 없다. 밥을 먹고, 얘기를 나누고, 잠을 자는 그 어떤 것도 함께할 수가 없는 것이다. 당연한 일상들이 당연하지 않게 되는 것이 누군가의 죽음이라면, 살아서 흐르는 나의 시간을 그를 위해 쓸 수는 없을까.
어디선가 이런 문구를 본 적이 있다. 사람이 죽는 것은 숨이 끊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히는 거라고. 누군가의 기억 끝자락에라도 남아 있다면, 그건 사라진 게 아니라고. 그렇다면 그의 멈춰버린 시간 속에 나는 그를 살게 해주고 싶다. 나의 기억 속에서 살아 함께하고 싶다. 비록 그는 이제 없지만 그와 함께하던 모든 것들이 내 안에 여전히 남아 있으니 그렇게 숨 쉬듯 놓아두고 싶다. 그렇게 묶여버린 시간의 흐름에서 그의 자취를 찾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그의 시간은 계속 흐르는 것이 아닐까. 평범했던 과거의 한 장면이 추억하면 할수록 아련해지듯이 점점 더 아름답게 흘러갈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시간은 계속해서 흐른다. 하지만 때론 멈추기도 한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멈추는 시간은 점점 많아질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과거를 회상하고 추억에 젖으며 사는 것이 아닐까. 멈추는 시간은 슬프지만 그 멈춘 시간 속에서 잊힌 무언가를 발견해낼 수 있다면, 그 향수만큼 아련한 것이 과연 있을까. 그것이 좀 더 아름답게 빛날 수 있도록 시간이 멈춰버리기 전에 예쁜 색깔을 칠하는 오늘이 되길 바란다. 또한 언젠가의 누군가에게 나의 시간이 멈춰지는 때가 온다면, 그이도 나를 추억하며 묶여진 시간 속에서 나를 살아갈 수 있게 해주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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