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0~2세 영유아 전면 무상보육을 내년부터 소득 하위 70%에 대한 선별 보육으로 전환하겠다는 수정안을 내놓자 정치권의 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다. 19대 총선을 겨냥해 여야 간 야합으로 출발한 무상보육이 돈이 모자라 표류하더니 끝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지경에 놓였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 대선 후보들도 모두 반대한다. 받았던 것을 빼앗기는 꼴이 된 상위 30% 맞벌이 부부나 전업주부들의 반발은 말할 것도 없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수정안을 관철하겠다고 강조하지만, 국회 동의를 얻어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무상보육을 지속 가능하게 개선하는 길은 예산상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 대한 논란과 맞닿아 있다. 그래서 대선주자들은 복지 확대에 따른 명확한 재원 대책을 공약에 담아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대선 과정에서 첨예화할 복지 경쟁의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다. 무엇보다 ‘무상’이란 명찰부터 떼야 마땅하다.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게 어찌 공짜인가.
아무리 복지가 급해도 국가가 받아들이는 조세와 재정을 함께 감안하며 종합적이고 점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국회가 예산심의권을 갖고 있다고 무상보육 예산 증액을 압박하는 방편으로 예산 삭감 등의 재량권을 동원한다든가, 정부가 정치권의 복지 공세를 제어하는 수단으로 국가재정법의 ‘예산 증액 정부 동의’ 조항을 활용하려 해선 안 된다. 정부와 정치권은 무상보육비 갈등을 슬기롭게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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