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실의 계절이다. 들녘은 온통 황금물결로 넘실거린다. 한 여름 뙤약볕 아래 흘린 농부들의 땀방울이 탐스럽게 여물고 있다.
낮게 내려앉은 새털구름 사이로 언뜻언뜻 비치는 청명한 가을 하늘과 지리산 능선을 따라 그어진 사선이 황금들판과 조화를 이루며 한 폭의 풍경화를 그려냈다.
무논으로 형성됐다고 해서 무딤이 들판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만석지기 두엇은 능히 낼만한 넉넉한 어머니의 품이다. 자그마치 273㎡(약 83만평).
박경리는 이 땅에 생명과 그리움을 불어넣었다. 서희와 길상처럼 알곡이 고개 숙인 황금들판 한 복판에 애틋한 부부송이 그윽한 솔향을 내뿜으며 그리움을 전한다.
하동/여명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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