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는 사랑의 표시이며 확인의 방법
대화는 사랑의 표시이며 확인의 방법
  • 경남일보
  • 승인 2012.10.0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우리나라 말처럼 주어가 먼저 오고, 수식어가 다음에 오고, 그리고 마지막에 서술어가 온다든지, 아니면 영어처럼 이런 순서가 거꾸로 된다든지, 여하튼 이런 언어 규칙이 있다는 공통점이 별것 아닌 것 같아도 모든 언어에는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인간사 모든 갈등, 분노, 화의 근원도 누군가가 던진 말 한마디 일수 있고, 말이란 듣는 이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일지라도 그 사람이 알고 있는 얘기를 나에게 들려준다면, 나 역시 그런 일을 알고 있어야 할 사람으로 존중받는다는 자존감과 인정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 또한 우리들이 아닌가.

 흔히 너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자기 혼자 알고 있으면 된다는 듯이 애기하길 꺼리는 경우에는, 동료로서도 친구로서도 온당한 대접을 못 받는 것 같아 서운해질 때가 있다. 우리 관계가 그렇게도 서먹했던가? 내가 그토록 하찮은 존재로 인정되었던가? 하면서 이제껏 유지해 온 인간관계에 정감이 무너지는 서운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 사람의 감정이다. 그래서 지극히 사소한 일일지라도 상대의 관심분야를 고려해 애써 자신의 생각과 입장과 처지와 느낌을 듣기 좋게 잘 설명하고, 기분과 감정을 살펴서 상대를 존중하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좀 말이 많다 해도 말없는 사람보다는 얘기 잘하는 사람이 얼마나 좋은가. 이야기란 서로의 마음, 즉 정감과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 아닌가? 분명치 않던 내용도 얘기하다 보면 분명해지고, 서로 다른 듯 여겼던 생각도 한참 얘기 나누다가 보면 결국 같은 생각이었음을 확인할 때도 있는 것이다. 서로 알고 있는 사실이라도 거듭 자세히 얘기를 해주면 그것은 진실을 이해시키려는 성실의 표현이 되는 것. 그래서 알고 있을 것 같아 얘기 안 했다는 태도보다는 얼마나 고마운가.

 그러므로 말해서 오해 사는 경우보다는 얘기를 나눔으로써 오해가 풀리는 경우를 우리는 더 많이 겪어 왔을 것이다. 얘기하지 않으면 서로의 감정도 감정의 변화도 알 수 없지 않은가? 얘기란 단순한 생각만의 전달 이상의 것이다. 대화는 사랑의 표시이며 확인의 방법이기도 하다. 얘기를 나눈다는 것. 그것은 애정의 표현이며, 우리가 먹고 씻고 입는 것만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의 증명이 된다. 그래서 상담이나 정신 치료에도 이야기를 나누는 방법이 널리 활용되는 것 아니던가.

 말하면서 좋아지고, 스스로 치료되고 얘기 나누다 보니 오해도 풀리게 되고 애정이 확인되고 신뢰가 더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사랑을 나누는 가장 보편적이고도 손쉬운 방법이 곧 대화가 아닐까? 대다수의 사람들끼리야 가슴을 열고 서로의 고독과 아픔을 털어놓다 보면, 어느새 자신의 가슴도 치료가 되고 또한 상대의 가슴에도 위로가 될 것이다. 직장 동료나 이성의 관계에서도 얘기를 자주 나눈 관계일 때는 그렇지 못한 사이보다 더 아끼고 정이 간다. 하소연하고 싶은 상대로서도 평소 얘기를 나누어 온 사람을 택한다는 것이다. 대화를 하다보면 분명 사랑이 묻어가고 묻어오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