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경남도지사 후보공천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경선 수렁에 빠져들어 유권자들의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공천위가 국민참여 경선으로 후보를 선출하기로 결정했지만 각 후보들의 입장차가 극심하여 몇명의 후보가 경선에 참여할지조차 불투명한 실정이다. 특히 현직 단체장이 경선에 참여하는 것과 관련, 현직 사퇴후 경선참여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어 이 문제가 경선에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은 8일 경남지사 보궐선거 후보를 국민참여 경선으로 뽑기로 결정했다.

홍준표 전 대표는 이날 경선참여 자체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홍 전 대표는 "개인 입장으로 당 대표로서의 품위도 지켜야 하고, 경선을 치를 만한 자금도 없다"고 며 공천위 결정에 반발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경선 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좀 있다 보자"며 확답을 하지 않았다. 홍 전 대표는 이날 한 방송에 출연, “지금같은 경선이라면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며 “경선 들러리는 서지 않겠다”고 말해, 국민참여경선에 참여하지 않을 뜻을 내비쳤다. 정치권에서는 홍 전 대표가 사실상 경선참여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박완수 창원시장은 "국민참여 경선이 벌어지면 온갖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며 대선을 같이 치르는 당 차원의 후유증을 우려했다. 시장직 사퇴와 관련 박 시장은 향후 거취에 대해 홍 전 대표가 경선에 참여할 경우 시장직을 사퇴하고 경선에 참여할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홍 전 대표가 참여하면) '올인'하든지, 발을 빼든지 해야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시장 캠프 관계자는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현직사퇴와 관련해서는 현직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현직 단체장으로 시정에 소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지만 당내 경선에 참여하는 것은 큰 무리가 없다"고 밝혔다.

이학렬 고성군수는 이날 오후 군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 당 공천위의 결정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군수는 성명에서 "한나라당을 망하게 한 낡은 정치인과 측근비리와 골프파문으로 언론의 공격을 받고 있는 사람까지 포함해 경선을 하겠다는 결정에 비애를 느낀다"고 주장했다. 이 군수는 정부가 시도한 최초의 초대 통합시장, 통합시청사 위치도 정하지 못하고 세 지역간 갈등도 해결하지 못한 통합시장까지 경선에 포함시킨 사실에 대해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덧붙였다. 더구나 이 같은 후보가 새누리당 도지사 후보가 되었을 때 향후 대선에 미칠 악영향을 전혀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며 새누리당 공심위에 대해 강한 불만감을 나타냈다.

이에 비해 하영제 전 농림수산식품부 제2차관은 이날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민참여 경선은 본인이 바라던 바"라며 "시·군을 돌며 후보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반겼다. 하 전 차관은 박 시장과 이 군수를 겨냥해 "단체장들이 경선에 참여하려면 현직에서 사퇴하는 것이 선거구민들에 대한 도리"라고 견제구를 날렸다.

새누리당 경남도지사 공천이 경선이 시작도 되기 전에 과열양상을 보이면서 경선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후보측 한 관계자는 " 지금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볼 때 경선이 진흙탕 양상으로 흐르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경선과정에서 흠집이 발생하면 경남지역 대선판세에도 매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이홍구·김응삼·이은수·김철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