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4세대
한 지붕 4세대
  • 경남일보
  • 승인 2012.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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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창 (국립산림과학원 남부산림자원연구소 농학박사)

필자가 경기도 포천 지역에 근무하고 있을 때 일어난 일이다. 방 하나의 연구실에 50대, 40대, 30대, 20대의 연령을 가진 직원 4명이 생활하고 있던 중 어느 날 서울 시청 주소가 어떻게 되지? 라고 물었다. 이때 40대의 직원은 대뜸 "서울시 중구 몇 번지지?" 라고 답했으며, 30대 직원은 "전화번호부 보면 알 수 있습니다"라고 답했고, 이때 20대 아가씨 답은 'www. seoul. 무엇'이라고 답 한 것으로 기억이 난다. 정말 한 지붕 4세대이다. 한 지붕 4세대의 특징은 여러 매체로 수많은 정보가 쏟아져 나오는 정보 홍수 시대이다. 따라서 얼마나 빠른 정보 홍수의 시대에 살고 있었는지 언젠가 대학생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면서 이런 말을 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웰빙이라는 단어가 처음 회자 된 후 이제 겨우 웰빙이 어떤 뜻이라는 것을 이해하려고 하는데 LOHAS란 단어가 등장해 웰빙과 LOHAS의 의미 차이를 이해하는데 상당한 혼란을 겪은 적이 있었다면서 정말 급변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생활하자니 혼란스러워 "지구야 멈추어라! 어지러워 내리고 싶다" 라고 말했더니 교실 안이 한바탕 웃음바다가 된 적이 있었다. 요즘 같은 한 지붕 4세대 사회 속에서 50대 후반의 생활을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다보니 정말 힘들어 잠시 지구에서 내리고 싶은 솔직한 심정이며, 나뿐만 아니라 정부 고위간부께서 소양교육 강의를 하면서 앞에서 언급한 우리나라 구성원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정책입안 시 어떤 세대에 초점을 맞추어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지 상당히 고민을 하고 있다는 푸념 섞인 고충을 들은 적이 있다. 우리나라는 정말 빠른 속도로 세대교체가 이루어진 나라 중 하나이다. 즉 사회 구성원 중에서 70대는 농경사회를 경험했고, 50대는 산업사회의 핵심적 일꾼이었으며, 30대와 20대는 정보화 사회의 아날로그 시대와 디지털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 따라서 국제적으로 어느 국가에서도 볼 수 없는 초고속 한 지붕 4세대의 시대에 우리들이 살고 있다.

큰자식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에 아빠의 사무실에 토요일 오후 친구들과 함께 방문을 한다고 하여 방문 기념품을 준비하고 기다리는데 방문한 꼬마 녀석들 몇 명이 동행하지 못한 것을 보고 큰놈한테 물었다. 정말 아빠로서 깜작 놀랄 대답이 돌아왔다. 즉 1시30분에 약속한 장소에 나타나지 않은 친구들을 기다릴 필요도 없이 자기들만 버스를 타고 왔다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대답하는 것이다. 하여 아빠는 어릴 적에 친구와 약속한 후 친구가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으면 온갖 상상을 하면서 친구가 나타 날 때까지 그 장소에서 무작정 기다리는 것이 친구의 우정이라고 생각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더니 같이 동행한 또래의 친구들이 약속시간에 나타나지 않은 놈은 친구 될 자격이 없다는 대답이 스스럼없이 되돌아왔다. 정말 명쾌한 사고구나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정말 무서운 세대의 아이들이구나라고 생각했다. 이놈들이 자라서 이제 20, 30대의 청년이 된 것이다. 요즘 우리들은 젊은 세대들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 축복받은 시대에 살고 있다. 박찬호가 한국인 최초로 MLB 무대에서 강속구를 던지는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었으며, 박세리, 신지애 등 대한의 여걸들이 LPGA에서의 활약과 양학선 선수가 최고난도 연기를 펼치면서 우승 후 숨은 부끄러움을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모습과 히딩크 및 홍명보 전사들의 월드컵 4강 및 런던 올림픽 동메달의 성과를 지켜봤고, 박지성이 세계적인 명문인 맨유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밤을 세워가면서 박수를 보냈고, 김연아가 벤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완벽한 경기로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을 생생히 체험했으며, 박태환 선수가 베이징 올림픽에서 당당히 1등의 시상대에 서는 모습, 그리고 이제 싸이가 한국어로 된 '강남 스타일'로 전 세계 음악차트를 석권하는 모습까지 목격하면서 그들은 그 자체를 즐기면서 명쾌한 사고에서 비롯된 당당함의 행동을 보여 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그 자체를 자신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그 자체를 순수하게 즐기면서 노력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당당한 모습으로 시상대에 설 수 있었을까? 정말로 부러운 모습이다.

한편 내 자신의 건강을 위해 간혹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할 때 다시 한 번 젊은이들의 정보매체를 통한 정보서비스 검색에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 한참을 목적지까지 가는 버스를 기다리다가 옆에서 스마트폰으로 무엇인가 열중하고 있는 학생에게 목적지 버스가 지나갔냐고 물었을 때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검색해 "1분 후 도착합니다" 라는 답을 들으면서 정말 정보화 시대에서 생활하고 있는 젊은 세대들이 부럽다는 느낌을 갖는다. 그러나 어느 날 혼잡한 버스에서 시골 할머니 한 분이 짐보따리를 들고 버스에 올라와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앉으실 자리를 찾고 있지만 대부분의 버스 내 학생들은 스마트폰으로 무엇인가를 열심히 열중하면서 의도적인지, 아니면 무심한 것인지, 혹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 하는지 앞좌석에서 아무도 일어나 할머니에게 좌석을 양보하는 사람이 없어 내 자신이 일어나면서 할머니 여기 앉으세요 라고 하여, 자리를 양보할 때에는 젊은이들의 배려심이 없는 당당한 행동 모습을 보면서 얼굴이 찡그려진다. 정말 젊은 세대들의 당당한 모습은 부럽지만 주위 사람들과 더불어 배려심이 깃든 당당함의 모습을 보여 준다면 우리지역 교육의 도시는 더욱 더 빛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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