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 보존 위해 생태계에도 가격 매기자"
"생물 보존 위해 생태계에도 가격 매기자"
  • 연합뉴스
  • 승인 2012.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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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의 수분활동은 약 1천900억달러 등
 유럽 농민들은 꽃가루를 옮겨주는 벌들에게 돈을 내야 할까? 브라질 도시민들은 아마존 밀림에서 생성되는 풍부한 빗물에 대해 비용을 내야 할까?

 지난 8일 인도 하이데라바드에서 개막한 2012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 200여개국 대표단이 모인 가운데, 생물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자연에 가격을 매기자는 주장이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수집한 자료에 따르면 양서류의 절반, 산호초의 3분의 1, 포유류의 4분의 1, 전체 식물의 5분의 1, 조류의 13%가 멸종위기를 겪고 있다. IUCN은 또 인구증가 때문에 2006년 이후 매년 600만 헥타르의 숲이 파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자원 감소에 따른 압박이 가중되자 지금까지 '무료'였던 생물자원에 가격을 매기자는 제안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일부 교수와 경제전문가들은 정부정책에 활용될 수 있도록 자연의 가치를 달러와 센트로 환산하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환경경제학자인 파반 수크데프는 "정치인들에게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을 알리려면 그들의 잘못된 정책과 생태계 파괴로 경제권이 놓치는 달러가치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학계에선 1997년 처음으로 지구 생물권의 가치를 환산해, 자연이 연간 33조달러의 보이지 않는 가치를 창출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당시 연간 세계 GDP의 두 배에 이르는 수치였다.

 일각에선 과대평가된 수치라고 비판하기도 했고, 일부는 지구가 주는 천연 보물을 '달러화'했다며 조롱하기도 했다.

 이후 벌의 수분활동이나 해변 식물의 방풍작용 등에 값을 매기는 소규모 연구들이 잇따랐다.

 연구에 따르면, 벌이 꽃가루를 옮기는 활동은 약 1천900억달러, 열대지방의 나무인 맹그로브가 쓰나미를 막는 일은 1헥타르당 1천달러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됐다.

 스코틀랜드 농업대학의 도미닉 모런(환경경제학) 교수는 "세상엔 시장이 마련되지 않은 분야가 있는데, 이 중엔 생태계도 있다"며 "그 결과 우리는 환경을 남용하고 공짜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모런 교수는 자연환경에도 재산권을 부여하자는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특정한 지역사회나 국가를 소유주로 보고 이들에게 맡긴다면, 자원 이용에 대한 대가를 받을 권리도 생기게 된다"며 "장기적으로 자신이 맡은 자원을 잘 관리하는 데 대한 보상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19일까지 열릴 이번 총회에선 2년 전 체결된 나고야의정서 및 생물다양성협약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의정서에 서명한 92개국 가운데 국내에서 비준이 이뤄진 국가는 6곳에 그쳤다.

 나고야의정서는 참여국들이 생태계를 보호하고 생물자원을 활용하며 생기는 이익을 공유하기 위한 지침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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