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느티나무에 기대고 싶다
나도 느티나무에 기대고 싶다
  • 경남일보
  • 승인 2012.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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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주 (진주시의원, 복지산업위 간사)
느티나무 한 그루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누구나 무료로 이용하는 사립공공도서관을 연 박영숙 느티나무도서관 관장님. 도서관은 이제 더 이상 까치발을 들고 다니며 숨죽이고 공부하는 수험생들의 고요한 독서실이 아니라 나이가 많든 적든, 장애가 있든 없든, 말이나 얼굴색이 같거나 다르더라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 소통이 함께 있고 어울림이 함께 있어 시끌벅적한 마을문화의 꽃이 피는 장소로 변해가야 한다고 박 관장은 말씀하신다. 이 시대 공공성을 담아갈 마지막 보루가 바로 도서관임을 강조하시면서 말이다. 그 가녀린 몸짓에서 어쩌면 그리도 강렬한 메시지를 뿜어낼 수 있는지 순간순간 사람에 취해보는 경험을 참 오랜만에 다시 한 번 하게 되었다.

금번 우리 복지산업위원회의 비교견학 큰 주제는 전국 최고를 자랑하는 느티나무도서관 견학과 쓰레기 재활용을 통한 새로운 도시건설의 현장방문이었다. 출발전 직·간접적인 경로를 통하여 간단한 정보를 공유하기는 했으나 실제 현장에 도착하여 우리가 마주한 도서관의 내부구조와 운영방식은 한마디로 작은 충격이 아닐 수가 없었다. 책꽂이 옆에 그네와 다락방이 있고 누웠다가 앉았다가 뒹굴다가도 책을 읽는 곳. 마루바닥에 앉아 엄마의 어깨에 기대어 만화책을 읽고 있는 엄마와 아이, 아빠의 배 위에 누워 아버지의 심장소리를 들으며 그림책을 보다가 잠이 든 아이, 다락방을 오르내리며 자신만의 공간을 찾아 엎드려서 책을 읽는 아이들. 그러나 그곳엔 그 어떤 일방적 가르침이나 조건이 없었다. “똑바로 앉지 못해!” 그렇게 큰소리치는 사람 하나 없었다. 무조건 돌보거나 베푸는 곳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가 책읽는 즐거움에 빠져들 수 있는 편안한 만남의 장소이자 소통과 어울림의 장소였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만들어온 대부분의 도서관 풍경은 어떠했을까? 필자의 생각에도 이제 더 이상 도서관은 학생들과 수험생 그리고 취업생들의 공부방이 되어서는 안되는 곳이란 생각이 든다. 이제 마을마다 생기는 작은 도서관들은 건물의 절반 이상이 칸막이 달린 책상으로 가득 찬 공부방이 아니라 문턱이 없고 활기 넘치는 공간, 놀이터에서 놀다가도 도서관을 쳐다보면 뛰어 들어와 가장 편안한 자세로 책을 읽고 쉴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한다. 서고용 전시용책들의 보관창고가 아니라 아이들의 손때 묻은 흔적에서 새로운 향기와 숨결이 되살아나고 책읽는 즐거움에 흠뻑 빠진 사람들이 잔잔한 감동의 물결로 심장이 뛰게 만들어 주는 곳. 그리하여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고 한 사람의 운명이 달라지며 어릴 적 꾸어온 꿈들이 현실로 다가왔을 때 일생을 통해 가장 아름다운 추억이 많이 쌓인 곳이 바로 이 도서관이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게 되는 곳. 이제 도서관은 열린 만남의 공간이어야 하고 표정과 숨결이 살아있는 다양성을 담보로 하는 진짜 도서관다운 도서관으로 변화해야 한다.

“기존의 도서관과는 확실히 구별되는 곳인데 이런 느티나무도서관을 열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요?”

“공공도서관은 나이, 인종, 성별, 종교, 국적, 언어, 장애, 무엇으로도 차별받지 않고 누구나 지식, 정보, 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해야…<유네스코 공공 도서관 선언>에 나와 있는 그대로입니다.”

무슨 보충설명이 더 필요하랴. 지식과 정보, 문화의 격차가 소외와 양극화의 골을 더 깊게 만드는 현실에서 이제 더 이상 도서관은 문화적 결핍이 삶을 가두는 벽이 되지 않도록 누구에게나 인간으로서의 존엄함을 보장하는 공공의 장이어야 함을 거듭 강조하셨다. 그렇다 .한사람의 생각의 전환이 이렇듯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음에 이제는 그녀의 바람처럼 도서관도 변해야 한다. 이제 도서관은 아이와 어른이 함께하면서 책읽어 주는 사람들, 함께 읽고 토론하는 사람들, 친구가 되어 일상을 나누는 사람들, 온갖 정보와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소통의 장으로서 시끌벅적 멍석같은 도서관이 되어야 함에 절대공감한다.

제2회 진주 북페스티벌이 시작되는 날이다. 이번 행사를 통해 내가 건네는 책 한 권이 한 사람의 운명을 뒤흔들어 놓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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