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저편 <215>
오늘의 저편 <215>
  • 경남일보
  • 승인 2012.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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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 안된다니까.”

진석의 하얀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고 있었다. 사실 그는 다리를 붙들고 늘어지는 아내보다 자기 자신의 아랫도리가 더 부담스러웠다. 급히 팽창하고 있어서인지 짜릿한 아픔까지 느껴지고 있었다.

“왜요? 안 되는데요? 우린 부부에요.”

숫제 생떼를 쓰고 있던 민숙은 남편의 바지를 아래로 잡아당겼다.

“용진 엄마 이러지 마. 그 동안 잘 참아왔잖아?”

바지춤을 움켜쥐며 진석은 그야말로 울상을 지었다. 팽창한 아랫도리가 아내에게 들킬까 봐 식은땀이 다 나고 있었다. 두 눈 꾹 눌러 감고 그만 아내를 품어버리고 싶었다.

‘모르긴 해도 네 처가 잠자리를 거부할 거야.’

친구의 말을 떠올리며 진석은 머리로 진저리를 쳤다.

“아뇨, 참지 않았어요. 혼자서 별 짓을 다했어요. 참은 것이 아니라구요. 참을 수 없어서 별 짓을 다했다고요.”

엉겁결에 낯간지러운 말까지 훅 털어내 보이고 만 민숙은 차라리 속이 후련했다. 제바람에 설움까지 북받쳐 올랐지만 이를 악물며 눈물을 참아내고 있었다.

‘가여운 년!’

뒷담 발치의 개구멍으로 들어온 화성댁은 소리죽여 혀를 찼다. 초저녁잠에 빠졌다가 밤중에 잠을 깬 그녀는 영 다시 잠을 청할 수가 없었던 거였다. 습관처럼 딸의 집으로 발길이 슬슬 당겨버린 것이었다. 안방에서 불빛이 새어나오지 않으면 그냥 발길을 돌릴 작정이었다.

“허헛!”

말문이 막혀버린 진석은 처량하게 웃었다. 아내를 안아주고 싶었다. 아니 안아버리고 싶었다.

‘아내가 널 요구하고 있잖아? 넌 아내를 거부할 자격이 없어. 아내가 하자고 하면 그냥 하는 거야.’

허리춤을 거머쥔 진석의 손에서 힘이 슬그머니 빠지고 있었다.

“어머! 여보오! 용진아버지!”

남편의 바지를 끌어내리다 말고 민숙은 진저리를 쳤다. 너무 딱딱해진 남편의 남근이 손에 스친 거였다. 오로지 남자에 대한 두려움과 설렘으로 가득한 첫날밤의 새색시가 되어 가슴이 무섭게 쿵쿵거렸다.

‘젊으나 젊은 것들이 저 무슨 짓인고?’

화성댁은 더 듣고 있을 수가 없어서 안채 쪽으로 슬금슬금 걸음을 당겨갔다.

‘? 하거나말거나.’

일없이 또 중얼거렸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사위가 쉽게 응해 주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설사 젊음을 이기지 못한 사위가 딸을 안아버리더라도 만류할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었다.

‘흥, 젊음이 두 번 오는 것도 아니잖아?’

뒤돌아보며 코웃음을 쳤다. 화성댁은 나이를 잔뜩 먹고 난 후에야 깨달은 것이었다. 젊음으로 누릴 수 있는 일들은 늙기 전에 실컷 누려야 후회가 남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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