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저편 <216>
오늘의 저편 <216>
  • 경남일보
  • 승인 2012.1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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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 이러면 안 돼.”

양팔로 민숙을 껴안아버린 진석은 목을 가로흔들었다.

“예, 이러면 안 되죠? 이러면 안 된다구요.”

남편을 슬며시 뉘인 민숙은 저고리부터 벗어던지며 말로는 그렇게 맞장구를 쳤다.

‘엇, 목이 컬컬하던 차에 잘 되었군.’

딸의 방으로 들어가던 화성댁은 작은 소쿠리 안에 얌전하게 들어 있는 오이를 보곤 반색했다. 바느질을 하다 먹을 요량으로 초저녁에 따두었는지 아직 싱싱해 보였다. 앞뒤 생각 없이 집어 들었다.

‘에그 가여운 년, 쯧쯧??.’

덥석 베어 물기 위해 오이를 입으로 가져가던 그녀는 엉겁결에 혀를 찼다. 우둘우둘한 껍질에 허연 것이 묻어 있는 것을 먼저 보았다. 오이를 코에 갖다 댔다. 암내가 나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으면서 자꾸 확인하고 있었다.

‘이년아, 세상에 따라 할 짓이 없어서 이런 짓까지 따라하냐?’

또다시 혀를 차며 화성댁은 방에서 나갔다. 젊은 시절 입에 풀칠이라도 하기 위해 산과 들을 헤집고 다니다 보면 초저녁부터 곯아떨어지기 일쑤였다. 어쩌자고 밤중에 잠을 깨고는 해야 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지나고 나면 잠깐이다.’

이번엔 담담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다리가랑이 사이가 젖어올 때마다 화성댁은 너무 일찍 한 줌 흙으로 돌아가 버린 남편을 이불 속으로 끌어들였다. 그의 손으로 젖가슴을 만지게 했고 배꼽 아래로 애무의 손길을 발전시켜 나가도록 했다.

‘청춘이란 것이 두 번 오진 않는다.’

결국은 오이넝쿨이 담벼락을 타고 오르는 뒤뜰로 달려가곤 했다.

“민숙아, 제발 안 돼. 안 되는 줄 알면서 왜 이러니?”

아내의 가슴을 살갗으로 뭉클 느끼며 진석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절대로 아내를 떨어낼 수는 없었다.

“몰라요. 모른다구요.”

속곳까지 벗어버린 민숙은 기어이 남편의 몸 위를 가슴으로 밀착시켰다.

화성댁은 딸의 텃밭으로 달려갔다. 상추, 고추, 가지들이 잘 자라고 있었다. 아니 잘 자라고 있다는 것이 어슴푸레한 달빛 속에서도 느껴지고 있었다.

‘이년이 거름을 주다가 말았냐?’

그녀는 넙적넙적한 잎들 사이로 손을 넣어 가지의 크기를 점고하며 불평했다. 이내 크고 실한 것이 잡히는지 피식 웃었다.

“요, 용진일 생각해!”

아내의 다리사이로 남근이 숨 가쁘게 당겨질 때 진석은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났다.

“왜요? 어차피 용진이를 안아보지도 못하는데요.”

반듯하게 누운 채 민숙은 대들었다.

“용진이를 두 번 다시 보지 못하게 될 수도 있어.”

일어날 일에 대해 각오라도 하라는 투로 말했다.

“안아주지도 못할 바엔 보지 않고 사는 게 나아요.”

몸을 반쯤 일으킨 민숙은 남편의 허벅지를 양팔로 부둥켜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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