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의 역학이야기>누가 대통령이 될까?
<이준의 역학이야기>누가 대통령이 될까?
  • 경남일보
  • 승인 2012.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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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론 비판
“누가 대통령이 되겠어?” 최근 필자가 아무데서나 신물 나게 듣는 질문이다. 필자는 자세를 바로하고 숨을 고르며 신중한 표정을 짓는다. 지인들 역시 숨을 죽이고 심각한 모습으로 필자를 바라본다. 그리고 답한다. “표를 가장 많이 얻는 사람이 분명이 당선된다.” 순간 분위기가 반전되어 박장대소를 한다.

이제 한 달여 남짓 지나면 어차피 다 밝혀질 것인데 사람들은 미리부터 굉장히 궁금해 한다. 인간특유의 호기심 충족 욕구 내지 심심풀이 땅콩 식의 미래 궁금증 해소놀이이리라. 하지만 가만히 살펴보니 그렇게 열을 올리고 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누가 대통령이 되든 잃을 것도 얻을 것도 별반 없는 사람들이다. 괜스레 하릴없이 제풀에 겨워 열불을 올리고 있다. 어처구니도 없고 가슴도 미어진다.

이에 견주어 어느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잃을 것과 얻을 것의 향배가 극명한 사람들은 오히려 대단히 신중하고 또 침묵한다. 그들은 은밀하게 무대 뒤에 숨어서 치밀한 플롯을 구성하고, 무대 위에서는 현란한 몸짓과 자극적 조어(造語)들로 관객들을 현혹한다. 상대방 악역에게는 야유를 보내어 몰락시키고, 그들의 주인공에게는 박수를 쳐 열광케 한다. 차라리 연극이면 비극적 감동일 수 있겠지만 현실이니 두렵고 비참할 따름이다. 잃을 것이 많은 사람들은 소리 소문 없이 이런 말들을 퍼뜨린다. 빨갱이 세상이 되면 이 나라가 어떤 꼴이 될꼬, 나라의 군사기밀은 모조리 북쪽으로 넘어가 우리 생명이 위태로울 것인데, 세계경제 위기가 심각한데 국력을 모아야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성장과 발전 외에는 대안이 없어, 권력을 잡으면 사흘 굶은 사람마냥 허겁지겁 해먹을 텐데….

우국충정(憂國衷情)에 의한 걱정·근심과 우환의식(憂患意識)이 대단하다. 반면 권력을 잡으면 얻을 것이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기염을 토한다. 서민경제를 파탄 내어 재벌 쪽으로만 돈을 몰아주어 빈부격차를 심화시키고, 힘 가진 놈들은 온갖 이권에 빌붙어 있는 대로 빨아먹고, 남북관계를 경색시켜 민족공동체를 훼손시키고, 세계정세를 파악치 못해 국가의 실익을 놓쳐 버리고, 권력에 도취된 특권층들은 골목상권에서 중앙권력까지 모든 기회를 싹 서리해 버리고 없는 사람들은 발 디딜 틈조차 주지 않고…. 애국지사(愛國志士)의 매서운 질타와 애국열사(愛國烈士)의 열정으로 현 시국을 토로한다.

필자 주변의 사람들은 대개 이런 류의 말들을 카피, 저마다 각색 변용하여 두루두루 하릴없이 써먹는다. 그러나 누가 대통령이 되든 이들에게 돌아갈 몫은 털끝만큼도 없다. 해먹던 자들이 계속 해먹을 것이든지, 해먹지 않던 자들이 해먹을 것임일 뿐 서민들과는 무관하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국가와 국민의 미래가 확연하게 달라질 것이라고들 호들갑을 떨지만 변할 것은 없고 다만 누가 해먹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이런 정치적 냉소주의로 정당도 세력도 없는 안철수 신드롬이 위세를 떨치고 있나 보다.

현재 후보자들의 공약만으로 볼 때 후보자 간의 차이도 없고 국가 미래의 차이도 없다. 즉 어느 누가 대통령이 되나 국가는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임이 분명하다. 여전히 미일 중심의 국방·무역구도 아래 중국과의 관계를 보다 실리적이고 견고하게 하여야 할 것이고, EU와 러시아와의 관계정립을 새롭게 하여야 할 것이며, 서민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과 복지를 실질적으로 하여야 할 것이다. 옥죄어 오는 세계의 정치·경제적 상황이나 한국의 정치·경제적 시스템을 고려하여 볼 때 어느 누가 대통령이 된다한들, 날고 기는 용빼는 재주가 있다한들 크게 변할 것은 없어 보인다. 창조적 주창자(creative advocator)가 요구되는 절박한 변혁의 시기이기는 하지만 섣부른 변혁은 오히려 화근을 초래할 위험도 있으니 지금은 오히려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지혜인(the sage)이 요망된다 하겠다.

필자의 아둔한 국내 시국관으로는 지금은 낙서(洛書) 구궁(九宮)의 상극의 시기가 아니라 정역(正易) 후천구궁의 상생의 시기라 본다. 부드러운 소녀(2)와 할매(6)가 정면에 나서서 할매의 맛깔 익은 손으로 배고픔을 채워주고, 소녀의 부드러운 손길로 아픔을 치유하는 시기라고 본다. 푸른 옷 입은 정도령(7)과 구룡 할배(9)는 모퉁이에서 열심히 일을 하여 생산으로 사회를 지탱하고 복지의 이음매 역할을 하여야 한다.

대통령은 천시와 천운도 작용하여야 하지만 결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무슨 도사는 천기를 읽고 누가 된다고 예언을 한다지만 하늘에 기록되어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오로지 사람이 만들어 나갈 따름이다. 저마다 감상과 기분에 들떠 감정적으로 부화뇌동하지 말고 저마다 자기 밥상을 알차게 챙기는 기준으로 후보자들의 공약을 꼼꼼하게 따져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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