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저편 <219>
오늘의 저편 <219>
  • 경남일보
  • 승인 2012.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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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댁과 민숙은 머리를 맞대고 진석의 외출에 대한 직감과 느낌을 있는 대로 털어내 보이기 시작했다. 곧 공통분모를 찾았다. 왠지 그가 나쁜 생각을 품고 집을 나간 것 같지는 않다고 그렇게.

“어머, 용진 엄마 여기 있었어요?”

나팔댁이 담벼락 위로 목을 얹으며 사립문께로 오고 있었다. 그녀는 읍내에서 국밥장사를 하고 있었다.

“이 시간에 웬일이세요?”

민숙은 뜨악한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그녀가 수원 시내로 이사를 갔던 그날 큰 걱정거리 하나가 절로 해결이 되는 기분이었다.

‘저 여편네가 대체 무슨 바람이 불었냐?’

얼굴에 주름이 자글자글 끓고 있어서 나이보다 더 늙어 보이는 상대를 화성댁은 슬쩍슬쩍 흘겼다.

“장사는 안 하고 아침부터 무슨 바람이 불었수?”

겉으론 반색하는 체 했다.

“볼 때마다 하는 말이지만 용진 엄마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요?”

나팔댁은 민숙에게 다가가며 안타까운 얼굴을 했다. 그녀로선 시집가서 자식까지 낳은 여자가 친정어머니 곁에 붙어 있는 것이 영 이상한 것이었다.

‘남편 잡아먹은 년이라고 시집에서 쫓겨난 것이 분명해.’

속으론 버릇처럼 그렇게 점을 치고는 했다.

“늙으면 죽어야지. 저승사자는 뭐 하고 있는지 몰라. 나 같은 산 귀신 안 잡아가고??.”

딸이 어린 자식하고 생이별하고 사는 것이 다 자기 탓이라고 떠벌리며 화성댁은 가슴을 툭툭 치기까지 했다.

“화성댁도 참 그렇수. 시집간 딸을 언제까지 끼고 있을 셈이유?”

숫제 불난데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그 어미에 그 딸이라고 모녀가 하나같이 저래 대가 약해서야! 대를 이을 아들까지 낳아준 준 딸이 쫓겨난 판국에 사돈댁이고 나발이고 따져가며 체면 차릴 거 무에 있누? 단숨에 달려가 있는 거 없는 거 다 확 엎어버리던지 아들이라도 빼앗아오던지 하지.’

또 속으론 입버릇처럼 이렇게 중얼거렸다.

“남 딸년 끼고 있는 것까지 걱정해 주니 참말로 고맙수. 근데 무슨 일이유? 지나가는 길은 아닐 테고.”

화성댁은 목을 은근히 저쪽으로 몸을 돌리며 나팔댁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아참, 내 정신 좀 봐?”

나팔댁은 머리를 툭 치며 서울 가던 길이라고 떠벌리며 뒷산으로 방향을 잡았다.

“기차 타고 가셔야죠?”

얼굴이 후끈 달아오른 민숙은 엉겁결에 따지듯 물었다. 시내에 살고 있는 그녀가 가까운 기차역을 두고 학동으로 온 것이 의심스러웠던 것이다.

“돈도 많은 사람이 서울까지 걸어가려고?”

화성댁도 속이 영 편하지 않았다. 사위의 주 통행로가 뒷산과 지지대고개였다. 하필이면 지금은 어딘가로 외출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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