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어르신'
  • 경남일보
  • 승인 2012.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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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 (논설고문)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중 70, 80, 90대들은 찢어지게 가난했던 젊은 시절에 먹지도 않고, 쓰지도 않고, 쉬지도 않고, 입지도 않고, 공부도 못하고 오직 일만 했다. 오직 자식들을 위해 일만한 그야말로 울고 싶은 세대이다. 그래서 이젠 2만 달러가 되는 경제부흥을 이룩한 공로로 위로받아야 할 세대일 것이다. 경제건설이 시작된 지난 60년대 초기는 먹고사는 것이 급해서 오직 먹고, 자고, 입는 데 인생을 다 바치는 시기였다.

▶이제는 90세를 넘어서까지 생존하는 게 흔한 일이라 직장에 오래 버텨서 60세에 은퇴한다고 해도 기나긴 30년 이상을 젊어서 모은 자산으로 버텨야 한다. 국민소득이 높아진다고 노인빈곤이 자동적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 비참한 시기에 일만 한 것은 어려운 세월을 끝내기 위해 할아버지, 아버지 세대들이 ‘죽도록’ 일만한 대가로 오늘날 후세인 젊은 세대들이 인간적이고 품위 있는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노인문제는 장기적 안목을 갖고 세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연금 등 노후대책이 미흡, 노후에 살아가기에는 녹록지 않은 세상이다. 실버푸어, 노인자살, 고독사, 독거가구 등의 신조어가 이제 새롭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노인문제는 심화되고 구조화했다. 평균 수명이 80세로 늘면서 노인 기준을 현재의 65세에서 70세 이상으로 조정하고 고령인구를 생산가능 인구에 포함시키도록 기준을 늘리는 방안이 제안되고 있다.

▶요즘 평균 수명의 증가로 100세 인생이란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90세 이상도 많아 환갑, 칠순, 팔순도 가족끼리만 기념하는 통상의 생일이다. 서울시가 ‘노인’이라는 말이 부정적 인상을 준다는 이유로 ‘어르신’이라는 말로 바꾸기로 했다. 호박에 줄 친다고 수박이 될 수는 없지만 ‘어르신’이라 부르면 고령자에 대한 편견이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그 누구도 피할 수 없이 가야 하는 그 길이 ‘생로병사(生老病死)’가 아닐까 싶다.

이수기·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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