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그럽게 용서하면 건강에도 좋다
너그럽게 용서하면 건강에도 좋다
  • 경남일보
  • 승인 2012.11.1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한우 (한국국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누군가를 죽어라 미워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 미움의 화살이 결국 나를 향하고 오히려 내가 죽어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지난 몇 달 나는 신경증(neurosis)으로 내 몸을 지탱하기 힘들 정도로 신체적으로 견딜 수 없는 힘든 과정을 경험하였다. 그 여파로 작은 수술도 두어 번하고 그대로 놔두었으면 큰일이 되었을 아찔한 순간도 경험하였다. 정말 마음이 아프면 몸이 병들어 가는 게 맞는 말이었다. 살면서 이렇게 아픈 적도 없었고 내가 아프다는 사실이 이렇게 무서운 적도 없었다. 사람이 아프면 삶을 지탱하는 것이 힘들어 무력해져 우울증이 오고, 간간이 끓어오르는 분노를 통제하지 못하는 나의 또 다른 모습에 놀라기도 하고, 지위와 체면 때문에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며 혼란감을 경험하기도 했었다.

상담을 오래도록 공부하면서 이런 경험을 직접으로 이렇게까지 처절하게 하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신경증이란 내적인 심리적 갈등이 있거나 외부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다루는 과정에서 무리가 생겨 심리적 긴장이나 증상이 일어나는 인격적인 변화를 말한다. 또한 그런 불안감으로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나 또한 태어나 처음으로 바닥을 치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고 그런 행동조차 하지 않으면 정말 내가 죽을 것 같았다. 그 힘든 순간도 시간의 묘약 덕분에 서서히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조금씩 예전의 나로 돌아오는 과정에는 나를 끝까지 믿어 주고 나를 어떻게든 살리려는 팔십을 바라보는 아버지와 늘 내편인 내 친구들과 내 새끼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마음을 평정시키기 위해 내가 한 행동 중 하나는 걷기와 명상이었다. 몸을 움직이는 것도 생각같이 쉽지만은 않았다. 우울증 환자들에게 흔히 밖에 나가 햇볕을 쐬라고 조언하지만 그들이 햇볕을 쐬러 나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을지 알 것 같다. 걷기와 명상을 통해 문득 깨닫게 된 것이 사람이 사람을 벌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건 내 몫이 아니었다. 분명 나의 억울함을 누군가가 알아주기를 원하고, 억울함 준 사람에게 잘못을 분명히 알려주겠다는 행동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알았다. 그것을 아는 사람이면 처음부터 그런 행동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 가치 없는 짓에 매달리는 동안 내가 죽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힘든 만큼 너도 힘들어야 한다는 생각도 버렸다. 이 모든 것이 내 몫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세상을 그리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세상의 이치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고 믿는다. 올바르지 못한 것이 임시로 기승을 부리는 것 같지만 결국 오래가지 못하고 마침내 올바른 것이 이기게 되는 것이 세상사이니, 내가 그 억울함을 밝힌다고 밝혀지는 것이 아닌 것이다. 그저 나는 내게 주어진 삶에 감사하며 예전처럼 열심히 살면 되는 것이었다. 책을 읽다 용서하는 마음을 갖는 것은 정신적으로 고결할 뿐만 아니라 우리 몸의 건강에도 이롭다는 연구결과를 보았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샌디에고 캠퍼스) 연구팀은 자원자들에게 친구가 자신을 비난했던 일을 떠올리도록 하고 두 그룹으로 나눠 서로 다른 태도를 취하도록 했다. 즉 자원자 절반은 그 일이 얼마나 자신을 화나게 했는지를 생각하도록 한 반면 나머지 절반에 대해서는 좀 더 너그러운 마음을 갖도록 하였다. 그런 다음 5분 동안 여기에 관심을 끊게 한 뒤 앞서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도록 하였다. 그런 뒤 이번에는 마음가짐을 주문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그러는 동안 이들의 혈압과 심장박동 수치를 측정했는데, 화를 낸 그룹은 관대한 그룹에 비해 혈압이 훨씬 더 빨리 올라갔다. 화난 일을 처음 생각한 직후는 물론이고 마음을 가라앉힐 시간을 가진 다음에도 그랬다. 지속적인 고혈압은 심장마비나 뇌졸중 위험을 높이게 된다. 이 연구팀의 브리타 라르센 박사는 “용서하는 마음을 갖는 것은 스트레스성 사건에 다른 인체의 반응을 줄여주고 지속적인 방어력을 갖게 해 준다”고 하였다. 누굴 용서하는 것도 내 몫은 아니지만 미워하는 것보다는 내가 편해지는 쪽으로 용서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건강에도 좋은 것이 되는 것이다. 사랑의 반대는 미움이 아니다. 무관심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