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있지 않은 멘토
멀리 있지 않은 멘토
  • 경남일보
  • 승인 2012.11.1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태경 (경남과기대 신문사 편집국장)
‘멘토’라는 말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베스트셀러에 오른 자기계발서나 유명인의 자서전 등을 모범답안으로 삼아 마음가짐과 삶의 방식을 배우려 노력한다. 이처럼 멘토를 향한 현대인들의 갈망은 대단하다. 앞서 말한 자기계발서와 자서전 등은 출판과 함께 높은 판매율을 기록하고 대학에서는 특정 분야에서 성공한 유명인사를 초청해 소양강좌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음악이 아닌 대화를 통해 관객과 교감하는 토크 콘서트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나 역시 이러한 수단들을 통해 이른바 ‘멘탈 강화’를 여러 번 노려 보았지만 단기적인 효과만 있을 뿐 그것을 지속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책 속의 페이지와 짧은 강연시간 안에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전부 담아 낼 수 없을뿐더러 그것에 대해 질문이나 의문을 가졌을 때 상호간의 소통이 어렵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나는 책이나 강연에서 느끼던 그 거리감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주변을 둘러보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얼마 전 한 교수님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새로 부임하신 직책에 대한 짧은 인터뷰를 위해 찾은 자리에서 우연치 않게 그분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놀라운 점은 여러 매체를 통해 접했던 유명인사나 성공한 특정 분야의 전문가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평소 책이나 TV에서 찾아보고 듣던 얘기들을 바로 앞에서 듣는 기분은 남달랐다. 글과 소리를 통해 느껴지던 가르침에는 약간의 이질감과 괴리감이 있었지만 얼굴을 마주한 그 자리에서 의문이 생기면 질문을, 잘 아는 이야기에는 공감을 할 수 있었다. 항상 멀리서만 찾던 ‘배우고 싶은 사람’이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리고 이렇듯 가까이 있으면서도 찾아볼 용기를 쉽게 내지 못했던 내가 한심스럽기도 했다. 잔소리라 생각했던 부모님의 말씀, 자존심 상해 흘겨 듣던 친구의 조언들까지. 생각해보면 그 말들 모두 듣고 싶어 하던 강연의 내용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나의 생활과 더욱 밀접해 받아들이기 수월했던 것이었다. 말을 듣기 전부터 사람을 따지는 알량한 행동을 해왔던 것 같아 부끄럽고 미안했다.

여러 매체들을 통해 접하는 멘토 역시 소중한 가르침이 된다. 하지만 그들만큼 큰 업적을 이루고 널리 이름을 알린 사람이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에는 멘토라 불릴 만한 사람들이 여럿 있다. 그 대상은 부모님이 될 수도, 교수님이 될 수도, 혹은 친구나 선후배가 될 수도 있다. 누구 못지않게 열심히 살아온 그리고 열심히 살아가는 내 주변 사람들에게서 항상 무언가를 느끼고 배울 수 있다면 언젠가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멀리 있지 않은 멘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김태경·경남과학기술대 신문사 편집국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