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폐소생술 의무교육으로 <2,下>
심폐소생술 의무교육으로 <2,下>
  • 강진성/정원경
  • 승인 2012.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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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살리는 의술(義術)
지난 5월 3일 저녁, 국민건강보험공단 밀양창녕지사에서 근무하던 이근희(48)씨가 퇴근길에 단골주점에 들렀다. 직장동료와 맥주를 마신지 얼마되지 않은시간 뒷자석에 있던 손님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니 와이라노?” 30대 후반 남성이 가슴을 움켜쥐며 갑자기 쓰러지자 그 일행이 소리쳤다. 함께 있던 사람들이 어찌할 바 모르는 순간 이씨는 심장마비를 직감했다.

해마다 한번씩 심폐소생술을 연습해 왔지만 실제상황은 처음. ‘내가 나서야 하나?’ 이씨가 잠시 망설였다. 그때 동료가 외쳤다. “형님 도와주시죠”

테이블 아래에 주저앉은 남성을 이씨가 끌어냈다. 당황한 일행들은 어쩔줄 몰라 지켜볼 뿐이었다. 119신고도 이씨가 소리치자 전화를 걸 수 있었다. 이씨의 직감처럼 쓰러진 남성은 호흡이 없고 얼굴은 창백했다. 이씨는 환자의 자세를 바로잡고 기도를 확보했다. 순간 해마다 배웠던 심폐소생술이 영화장면처럼 머리에 떠올랐다. 가슴압박과 인공호흡을 두어번 반복하자 환자의 얼굴에 혈색이 돌아왔다. 의식은 없었지만 그의 몸으로 공기가 통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119신고 4분여 만에 구급대원이 도착, 구급차까지 옮겨 준 뒤에야 상황이 정리됐다.

“그날 밤 못잤습니다. 살았을까? 죽었을까? 가슴압박으로 다치진 않았을까?” 뜬눈으로 밤을 샜던 이씨는 다음날 소방서의 전화를 받고서야 한숨을 돌렸다. “환자가 그날 무사히 퇴원했다는 얘길 듣고 안심이 되더군요. 소방관이 심폐소생술을 어디서 배웠냐고 물어봤어요.” 이씨는 그제서야 누군가의 생명을 살렸다는 보람을 느꼈다.

이씨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25년째 근무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06년 직장내 동아리인 ‘긴급재난구호봉사단’에 가입해 매년 8시간씩 교육을 받아왔다. 이씨는 “한번만 연습하고 그만뒀더라면 실제상황에서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매년 꾸준히 교육을 받아온 덕분에 당황하지 않고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일 밀양소방서로부터 응급구조 공로를 인정받아 ‘하트세이버’로 선정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씨는 그날 이후로 심폐소생술에 대해 또다시 중요성을 깨달았다. 최근 부산울산경남본부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동료들을 만나면 심폐소생술을 배워두라고 권유한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심폐소생술을 익힌다면 안타까운 죽음을 되살릴 수 있다”며 “내가족에게 생길지도 모르는 일인 만큼 반드시 배웠으면 한다”고 말했다.

심폐소생술을 배우려는 사회적 분위기와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이씨는 “관공서부터 관심있게 직원들이 교육받을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교육시키는 제도를 만드는 것도 심폐소생술을 확대시키는 방법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강진성·정원경기자

■하트세이버란

구급대원이나 일반시민이 심정지 환자에게 응급처치를 통해 생명을 구할 경우 공로를 인정해주는 제도다. 공로자에는 ‘하트세이버(Heart Saver)’호칭과 함께 유공자 표창이 수여된다. 경남의 경우 2010년 첫 도입됐으며 2012년 3분기 현재까지 31명(구급대원 27명, 일반인 4명)이 인증받았다.

하트세이버_이근희씨3
밀양에 거주하는 이근희씨가 지난 5월 주점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진 손님에게 심폐소생술을 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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