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저편 <223>
오늘의 저편 <223>
  • 경남일보
  • 승인 2012.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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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민숙은 눈을 감아버렸다. 남편의 손길은 배꼽 아래로 슬그머니 내려가고 있었다. 가지를 든 그녀의 손은 이미 가랑이사이로 내려가 있었다. 몸의 들뜨임을 참아낼 수 없었던 그녀는 허리를 외로 꼬아대기 시작했다.

진석은 앞뒤 없이 바지춤을 풀었다. 두 눈은 감아버렸다. 치근거리곤 하던 아내의 모습이 속눈으로 파고들었다. 기어이 바지춤으로 손을 넣으며 아랫도리로 아내의 허벅다리 사이를 헤집기 시작했다.

뒷담의 개구멍으로 들어온 점박이가 단숨에 안채까지 달려왔다. 민숙의 신발이 댓돌 위에 놓여 있는 것을 보곤 여유 있는 자세로 기다리듯 그 자리에 슬그머니 주저앉았다.

이윽고 절정에 신들린 민숙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와 동시에 진석의 입에서도 아픈 쾌감의 신음소리가 뿜어져 나왔다. 무뚝뚝한 뒷산은 그의 소리를 묵묵히 들어주고 있었다.

팔다리를 마음껏 널브러뜨리고 있던 민숙은 몸을 일으켰다.

“날씨도 더운데 집에 있지 뭐 하러 나왔니?”

민숙을 먼저 본 진석은 태연한 얼굴로 다가갔다.

“누가 멋진 우리 남편 채 가면 어떡해요?”

진석을 맞이하는 민숙의 얼굴도 오늘따라 편안해 보였다.

‘그래 민숙아, 고마워. 이렇게 사는 거야.’

아내의 얼굴에서 만족감 같은 것이 얼른거리는 것을 본 진석은 그 속내를 알 수 있다는 듯 목을 끄덕였다.

‘돌아와 줘서 정말 감사해요. 그래요 우리 이렇게 살아요.’

편안한 얼굴로 돌아오고 있는 남편을 맞이하며 민숙은 가슴 아린 행복감을 만끽하고 있었다.

겹겹이 쌓인 잡목들의 잎이 한낮의 햇살을 막아주고 있었다. 진석과 민숙은 산책이라도 나왔던 사람처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집으로 향했다.

“잘 다녀왔는가?”

뒷담을 지키고 있던 화성댁은 개구멍으로 얼굴을 들이미는 사위를 보며 능청스럽게 물었다. 어딜 갔다 왔는지에 대해선 일체 묻지 않았다. 그냥 돌아왔으면 된 것이었다.

세상이 급속도로 바뀌면서 지지대고갯길엔 서울로 향하는 차량들이 많아지고 있었다. 농사일을 주로 하던 학동의 젊은 사람들은 수원시내로 일자리를 찾아 나가는 일이 많아지고 있었다. 탁한 공기 탓인지 영양부족 때문인지 시내로 나간 사람들이 폐결핵에 걸려 고향으로 되돌아오는 일도 생겼다.

결핵은 전염성이 강한 질병이었다. 한 번 걸리면 잘 낫지도 않을 뿐 아니라 피를 토하다간 결국은 사망해 버리는 병이었다. 사람들은 기침이 좀 심하게 나도 결핵에 걸린 것이 아닌가 하고 두려워하곤 했다.

가을바람에 떨어진 낙엽이 쓸쓸히 거리를 뒹굴고 있었다. 한낮의 햇살은 아직도 따끈따끈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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