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똥꽃
어머니의 똥꽃
  • 경남일보
  • 승인 2012.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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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원 (한국폴리텍대학 창원캠퍼스 교수)
꽃에는 향기가 있다. 그러면 똥꽃은 어떠한가? 사전에 똥꽃이라는 단어는 없다. 우리 학교 어느 교수의 고백에서 그 단어를 만나게 되었다. 그는 막내아들인데 어머니 노년에 모시지 못한 것이 지금은 너무도 후회가 된다고 한다. 언젠가 어머니가 병들어 살 때 아들이 어머니집을 방문했는데 몸져 누워 계시다가 막내 소리를 듣고 벌떡 일어나서는 “식사 안했지?” 하시면서 부엌에 나가 밥을 지어 들어오시는데 이상한 냄새가 났다. 알고 보니 하체에 힘이 없는 어머니가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밥상을 들고 오시다가 배설한 것이다. 그 순간 아들은 똥 냄새가 향기롭게 여겨졌다. “이것은 똥이 아니야! 이것은 똥꽃이야!” 그에게는 똥이 꽃으로 보인 것이다. “돌아가신 그 어머니가 지금은 너무도 그립습니다. 어머니의 똥꽃이 그립습니다”하면서 눈자 위에 이슬이 맺히는 것을 보았다.

필자도 지금 어머니를 모시고 산다. 올해 여든 일곱이신데 기억력이 떨어져 했던 이야기 또 하고, 씻기를 싫어하고, 거동도 불편하다. 요사이는 바지에 오줌도 싼다. “어머니, 왜 이러세요?” 했더니 “너거도 늙어 봐라! 다 이래된다” 하신다. 그리고 잘 삐치신다.

어릴적 어머니와 우리 4형제가 함께 이웃집에 놀러 갔는데 이웃집 아주머니께서 눈깔사탕 한 알을 주셨다. 어머니는 얼른 받아 입에 넣고서는 깨무는 것이었다. 깨진 사탕조각을 입에서 꺼내어 제일 큰 것은 동생에게, 그 다음은 나에게, 그리고 형들에게 배분했다. 그때는 어머니 침이 묻은 것도 잘 받아먹던 내가 지금은 어머니를 슬며시 경계한다.

어느날 아들녀석이 “아버지, 이 이야기 좀 들어 보실래요.” 그것은 ‘이어령’의 ‘아버지와 까치’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어느날 아버지와 아들이 마주앉아 있을 때 까치 한 마리가 창가에 날아왔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물었다. “저게 뭐냐?”, “까치예요.” 네 번째 물었을 때 아들은 그만 화가 나서 큰소리로 “까치, 까치라고요! 그 말도 이해가 안 되세요?” 조금 뒤 아버지가 방에서 일기장을 들고 나와 읽어보라고 했다. 네가 3살 때 까치 한 마리가 창가에 날아왔다. 어린 아들은 “저게 뭐야?” 하고 물었다. 나는 “까치”라고 대답해 주었다. 그런데 아들은 연거푸 23번을 똑같이 물었다. 나는 귀여운 아들을 안아주며 다정하게 까치라고 똑같이 23번을 대답해 주면서도 그래도 즐거워했다는 이야기다. 아들이 왜 이 이야기를 들려주었는지 곰곰이 생각하면 부끄럽기만 하다.

아내는 그래도 묵묵히 어머니를 수발하고 있다. 아내가 감동시킨 한마디 “여보, 어머니 모시는 것, 내가 지고 가야할 십자가입니다”라고 했다. 그런 아내와 ‘아버지와 까치’ 이야기를 들려준 아들이 자랑스럽다. 필자는 아직도 인생의 미숙아인 모양이다. 어머니의 배설물이 똥꽃으로 보일 때까지 진심으로 어머니 사랑하는 법을 연습하고 섬기려 한다.

/한국폴리텍대학 창원캠퍼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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