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철 (취재1부장)
환경부는 수렵관련 업무를 환경보전협회라는 신생단체에 위탁하면서 수렵인들은 각 지역에 따라 정해진 날짜에 택을 구입하고 수렵을 하도록 했다. 수렵인들은 정해진 날짜에 판매하는 태그를 사려고 애타게 기다렸으나 시작일부터 잦은 서버 접속 실패와 신용카드 결제 오류 등으로 큰 불편을 겪었다. 게다가 컴맹인 어르신수렵인들은 접수조차 할 수 없어 수렵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특히 제 날짜에 판매 개시된 지역 중 일부 지역의 택은 한 장도 판매되지 않았다. 결제 오류뿐만 아니라 접수 오류 등을 수정할 수 없는 문제점도 고스란히 노출했다. 극심한 혼란을 빚자 환경보전협회는 신용카드 결제는 받지 않고 무통장 입금제로 전환, 운용하는 등 주먹구구식 미봉책을 내놓기도 했다.
사전에 충분한 의견수렴과 조율, 예행연습 없이 태그를 도입했다가 이같이 많은 문제점이 발생하자 내놓은 대책 치고는 졸속 그 자체였다. 이로 인해 지난 15일 개장 예정이었던 전국 37개 시군의 수렵장 개장이 23일로 늦춰졌다. 늦춰지긴 해도 23일 이전까지는 택과 포획승인증을 발급해주려니 막연히 기다렸던 일부 수렵인들은 접수 열흘이 넘도록 포획 승인증을 발급받지 못하기도 해 벙어리 냉가슴 앓듯이 하고 있다.
미숙한 운영으로 곳곳에서 문제점을 드러내자 수렵인들의 불만은 극에 달하고 있다. 새 제도 도입에 따른 혼선을 예견도 못하고 환경부나 환경보전협의의 전화는 하루종일 통화 중으로 연결조차 안돼 마음 놓고 하소연도 못하고 있다. 성급한 수렵정책이 수렵인들과 지자체에 불편과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수렵인들은 또 선불제로 산 택을 사용하지 않을 때 환급해주지 않는 정책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미봉책은 또 있다. 늦게 시작하다보니 3월 중순이나 3월말까지 수렵기간을 연장해준 것은 영농준비철을 맞아 안전사고 위험도 높고 유해조수 구제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점을 간과했다. 전면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사정이 이쯤 되자 수렵인들은 “이런 한심한 사이트로 수 만명의 수렵인들과 수렵시스템을 어떻게 관리하겠다는 건지 걱정스럽다”며 환경부와 수렵업무 위탁 운영 주체인 환경보전협회의 무책임한 행정을 질타하고 있다.
현재 환경보전협회 홈페이지에는 “수렵장을 환경부에 개설해야 한다” “수렵료 환불과 손해배상을 청구하자”는 등의 불만의 글로 도배되고 있다. 지난 5월 3억 원의 예산을 들여 온라인 태그 판매 시스템에 대한 용역입찰공고를 낸 뒤 환경보전협회를 사업자로 선정, 서둘러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이번 사태는 이미 예견됐다. 모든 수렵업무를 한 곳에서 맡아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수렵제도 변경 자체를 사전에 충분히 공지되지 않아 이같은 혼란은 불가피했다. 그렇다 해도 사전 철저한 준비가 있었더라면 이같은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텐데 해도 너무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따라서 내년부터는 한 곳에서 접수하지 말고 도별로 접수 받을 것을 권고한다.
환경부는 이번 기회에 탁상행정에 그치지 말고 유해조수 구제제도 등을 비롯한 수렵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각 지지체에서는 유해조수 퇴치라는 명목으로 상당한 자금지원을 하며 유해야생동물을 구제하고 있다. 유해조수퇴치 자금을 수렵으로 대체한다면 돈 안들이고도 유해조수를 퇴치 할수 있음에도 각종 문제점을 낳는 유해조수 구제제에만 의존하고 있다. 환경부는 또 광역 수렵장 개장을 법으로 명문화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보야 한다. 수렵장 개장에 따라 수렵인들이 쓰는 체류경비는 분명 그 지역 경제 활성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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