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필요로 하는 지도자
시대가 필요로 하는 지도자
  • 경남일보
  • 승인 2012.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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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위 (고려대학교 초빙교수)
“시대가 영웅을 낳고 영웅이 시대를 만든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영웅의 시대를 놓고 하는 말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지금은 영웅의 시대가 아니다. 시대가 영웅을 낳을 수도 없고 영웅이 시대를 만들어서도 안된다. 그러나 영웅이 있어서는 안되는 시대라 하더라도 훌륭한 리더까지 배제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훌륭한 리더야 말로 시대의 산물이어야 하고 시대를 이끌어 가야 한다. 대통령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시대가 어떤 시대인지를 먼저 알아야 우리는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를 선택할 수 있다.

지금 이 시대는 어떤 시대인가? 때아니게 국제적 긴장이 고조되는 시대임이 분명하다. 세계 제1의 국가와 제2의 국가인 미국이나 중국이 하나같이 긴장한 상태로 신발 끈을 동여매는 형국을 하고 있다. 중국의 후진타오(胡錦濤)주석은 중국공산당 전국 대회에서 “국제적지위에 걸맞는 강한 군대를 건설하여” “해양강국을 건설하자”고 말하였다. 그의 말을 들을 때마다 섬뜩 섬뜩하다. “국제적 지위에 걸 맞은 행보로 세계평화에 기여하자”거나 “국제적 연대로 인류애의 고양에 힘을 합하자”라는 메시지가 아니라 사뭇 위협적이고 공격적이고 살벌한 느낌마저 주는 기념사를 한 것이다.

힘없는 약소국가 원수의 애절한 절규도 아니다. 군소국가군의 공동선언문도 아니다. 시대도 바야흐로 제국주의 시대도 아니다. 그런데 G2인 나라 중국의 국가 주석이 마치 선전포고와 같은 무시무시한 말을 한 것이다. 어느 나라를 염두에 두고 그런 말을 했을까 하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다. 이러한 후진타오에 이어 당 총서기가 된 시진핑(習近平)은 취임일성으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들고 나왔다.

이 달 16일에 실시하는 일본의 총선거에서 집권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민당의 아베(安倍晉三)총재도 중국이나 한국과의 관계에서 갈등을 잠재우려하는 측면보다는 오히려 긴장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다. 중국이나 일본 모두가 때 아닌 민족주의적인 리더십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다.

이러한 변화에 맞추어 재선된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취임과 함께 맨 먼저 동남아시아를 순방하겠다고 공포하였다. 이로 미루어 보면 아시아에서의 긴장은 불가피하게 되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중국과 일본이 벌리는 영토분쟁의 불똥이 어디로 튈까에 대해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여간 조심스럽게 보아지지 않는다.

일본은 시도 때도 없이 독도가 자기네 것이라고 떼를 쓰면서 국제적으로 이를 공인시키려 하는 노력에 여념이 없다. 중국 또한 언제부터인가 이어도에 대한 속내를 내비치면서 끊임 없이 동북공정으로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여기에 발을 맞추기라도 하듯 북한 역시 북방한계선(NLL)을 무력화(無力化)시키기 위해 갖은 책동을 다 부리고 있다.

이러한 나라밖 주변사정을 앞에 두고 우리는 대통령 선거를 치룬다. 달리 말하면 우리는 이번 대선이야 말로 긴장의 아시아 시대를 헤쳐 나가야할 지도자를 뽑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복지도 경제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과제는 역시 팽팽히 줄다리기 하는 주변국가와의 역사분쟁이요 영토분쟁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토론을 누가 잘 하느냐로 나라의 운명을 결정할 일이 아니다.

거대한 중국이 노리는 세계전략에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이며, 한사코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일본정부에 대해서는 무슨 해법을 가지고 응수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지도자를 찾아야 한다. 북한의 NLL무효화 정책에 대해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북한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지도자인지 아니면 전 김장수 국방장관처럼 단호한 자세로 임하는 지도자인지를 알아내야 한다. 지난 총선거 때 말했던 것처럼 집권하면 한미FTA를 무효화 시키거나, 제주해군 기지 공사를 중단시킬 후보인지 아닌지, 또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는 지금도 의혹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는 후보인지 아닌지를 알고 선택해야 한다.

새로운 시대에는 그 시대가 요구하는 지도자가 필요할 뿐이다.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함대가 삼각파도의 정점에 놓여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마키아벨리는 말했다. 여우와 같은 지혜와 사자와 같은 용맹을 지닌 지도자가 나라를 지켜 나갈 수 있다고 말이다. 이 시대야말로 바로 이러한 지도자가 우리에게는 필요한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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