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권위의식
잘못된 권위의식
  • 양철우
  • 승인 2012.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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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우 기자
밀양시의회 의원들은 주민들을 대표해서 자치입법을 입안하고 살림을 잘살 수 있도록 예산을 심의하며 행정도 감시하라고 뽑아준 사람이다. 그래서 권한이 막강하다. 권한 가운데 대표적인 게 행정감사·조사와 예산심의·확정이다. 이 때문에 일선 공무원들은 의원이라는 말만 들어도 어렵게 생각하고 ‘상전’ 모시듯이 하는 경우가 있다. 하물며 ‘의장’은 주민대표에다 의원들의 대표까지 더해지니 공무원들에게는 더욱 어려운 상대이다.

이런 권한과 상전대우의 특전은 결국 주민들로부터 부여받은 것이다. 이러한 권한을 마치 공무원들의 생사 여탈권을 쥔 것처럼 착각해 부하직원인 것처럼 여긴다면 ‘자질’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 자질 의심의 중심에는 ‘잘못된 권위의식’이 깊숙이 자리하고 있어서 비난받아 마땅하다.

지난 4일 밀양시의회 박필호 의장이 자질을 의심받을 만한 행태를 보여 의회 위상까지 함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이날은 ‘의회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행정사무감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의장은 상임위원회에 포함되지 않아 오전 행정사무감사를 마친 읍·면·동장들과 6급 계장 60여 명을 불러다 놓고 의장자격으로서 격려를 하는 오찬자리를 가졌다. 당연히 술도 함께 곁들여져 시쳇말로 ‘낮술 판’이 벌어진 것이다. 이 자리에서 박 의장은 매월 200여만 원가량 사용할 수 있는 업무추진비 중 100여만 원이나 낮술 판 값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낮술 판 자리의 여세를 이어가기 위해 박 의장은 집무실로 돌아와 밀양시 삼문동 종합사회복지관의 장애인 주간보호소에 1년 가까이 CCTV를 설치하라는 민원요구를 처리하기 위해 사회복지과 담당계장을 의장 집무실로 불렀다. 박 의장은 민원이 심하다며 CCTV 설치를 요구했고, 담당계장은 현행법상 개인정보보호와 인권침해 그리고 다른 부모들이 동의를 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했다. 그러나 박 의장은 계속해서 추궁하고 다그치자 담당공무원은 심리적 압박감에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 갔다.

1년 가까이 진행된 민원이 해결되지 못했다면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는데 박 의장은 이해를 하지 못한 것인가. 담당공무원의 반대 명분은 분명한데 박 의장의 다그친 명분은 무엇인가. ‘감히 의장이 지시하는데 일개 공무원이 따르지 않는다’고 계속 추궁한 것인가. 의장의 지시는 법적 근거도 필요 없이 무조건 따라야 하는가. 이런 상황이라면 의장의 권위의식이 비판대에 올라야 한다. 최소한 해당 상임위에서 충분한 토론을 할 수 있도록 기회균등을 주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야 했다. 자기 혼자서 해결하려는 ‘독선’은 아니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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